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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雜想 : 오늘의 단상 (40)
감상적 속물
작년 정도에 머물러 있는 나의 날짜개념과 기억들에 의하면, 올해는 작년에 비해서 조금 더워진 것 같다. 오늘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맺히는 누가 뭐래도 여름이라고 할 날씨였다. 이런 걸 환절기라면 환절기라고도 할 수 있는 건지 왠지 요 며칠의 컨디션이 썩 좋은 건 아닌듯하지만, 또 백수주제에 어디가서 내 컨디션이 어떻다고투정부릴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그리고 사실 객관적으로 멀쩡한 범주에 들어갈 상황이므로 그냥저냥 닥치고 지내고 있다. 남의 돈 먹기는 쉬운 게 아니라는 건 성인이 되면서부터 절대적으로 체득하고 있어야 할 자본주의 사회의 진리이지만, 내가 그걸 그렇게 잘 했으면 지금 이렇게 안 살고 있었겠지. 나는 과연 눈먼 누군가가 눈먼 돈을 투자할 만큼의 생산적인 인간인가가 요며칠의 화두이다보니, 또 그..
최근의 나는 잠에서 깨면 방구(방구다. 경상도인에게 방귀따위는 없다)를 뀐다. 생전 방구 따위는 거들떠도 보지 않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방구를 뀌게 되었다는 건 아니다. 당연하다. 최근에 변화한 것은 그 상황이 벌어지는 시점이다. 딱히 이불 속에서 방구를 푹푹 뱉어내는 게 어떤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애써 정확한 기억을 유지하려고 시도했던 적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희미하나마 기억을 되짚어보면 분명히 나는 잠들기 전에―왜 혹은 어떤 기제들이 작용해서 인지는 전혀 궁금하지 않다만 여튼―방구를 뀌는 쪽이었다. 기억을 뒤지던 김에 조금 더 돌이켜 보자면, 나는 잠자리에 누워서 완전히 잠이 들 준비를 끝낸 후 나오는 방구에 묘한 성취감과 안도감, 만족감 등의 묘한 감정을 짧게 느끼기도 했..
적지 않은 나이와 많지 않은 재주 때문에 앞으로 어찌 밥 벌어 먹고 살지가 새삼 막막하게 느껴졌다. 뒤늦은 고민에 하루 시간을 다 보내고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기에 저녁거리를 준비하다, 생각보다 잘 끓여진 생선찌개에 어이없게도 마음이 덩달아 조금 따뜻해져버렸다. 나라는 조그맣고 보잘 것 없는 존재가 겨우 자신의 안위에 대해 갖는 고민이라는 것도, 역시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겠지? 웃기지도 않게 복잡했던 마음이 보글보글 조금씩 풀어져간다.
지긋지긋한 아토피가 그간에 슬금슬금 두피에 까지 침범을 하더니 급기야 탈모라는 아주 뜻밖의 결과까지 초래하고 말았다. 여유로운 백수생활을 통해서 어지간한 일에는 쉽게 동요하지 않는 나름 단단하고 쿨한 멘탈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 것은 말 그대로 섣부른 설레발이었다. 슬슬 나이 먹어가면서 이제 얻는 것보다는 잃어 가는 것이 더 흔한 일일텐데도, 어찌 그깟 머리카락 몇 가닥에 내 마음은 이렇게나 휘둘리는지 모르겠다. 자신도 미처 몰랐던 스스로의 못난 구석을 발견하는 일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늘 당혹스럽고 새롭기만 하다.
너무나도 너무나도 시간의 흐름에 무기력하게 침식당하고 있는 내 몸뚱아리를 더 이상 방치하는 게 미안한 나머지 새벽과 야밤의 중간쯤 되는 시간에 강변으로 나갔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기가막힌 나의 일과개념 덕분에 강을 전세낸 듯 조깅을 하긴 했지만, 당연하게도 추웠고 힘들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든 당연하고 지극히 새삼스러운 깨달음. 나는 비범한 영혼과 정신력의 소유자가 절대로 아니었다는 것.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지 않는 한, 사상도 생각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뭐, 그렇다는 이야기. 움직이자. 기왕이면 제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