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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雜想 : 오늘의 단상 (40)
감상적 속물
김해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 홍콩을 경유해서 런던으로 가는 여정이었다. 제법 많은 것들을 뒤로 하고 선택한 여정의 시작이었음에도, 아니, 아마도 그렇기에 복잡하고 복잡한 마음이었다. 내가 살던 동네는 저런 빛을 내던 곳이었다는 사실을 떠나는 길에 새삼 느끼게 되기도 하였다. 여행자의 감상은 별 것 아닌 현실적 고민 앞에 금새 사라지고, 나는 기내식을 어떻게 하겠냐고 승무원이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내 대답은 아마도 닭이었던 것 같다. 김해공항 발 대한항공 여객기의 승무원은 당연히 한국말을 쓰지만 왠지 조금 낯선 상황에 긴장이 됐다. 비행기 화장실이 이렇게 생겼다는 게 그리 대수로운 일이겠냐마는, 주머니 속 카메라를 굳이 꺼내서 찍어보고 싶었다. 두 시간인지 네 시간이었는지 정확히..
별로 마음이 가지 않는 쪽의 일은, 그것이 나의 이해관계에 결정적인 게 아닌 다음에야―물론 이해관계에 결정적인 일이라면 이미 마음이 가겠지만 어쨌든―선택하지 않는 게 속 편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인간관계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닥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가 친구든 뭐든 어떤 식으로 규정 되었든지 간에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안 보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경제적이고 심지어 진실된 태도인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 한 후배녀석의 설레발에 나의 이런 기조가 위협받는 상황을 겪게 되었다. 자발적으로는 아마도 절대 만들지 않았을 만남에 그야말로 못 이겨 끌려 나왔고, 끌려 나오는 내내 왜 쓸데없는 자리를 만들었냐며 '어른이 되라'고 후배녀석을 타박했다. 의미 없는 대화와 공허한 겉치..
객관적 결과로서의 실패를 마주하는 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유를 가지고 있던 간에 거의 무조건적으로 불쾌한 일이다. 즉, 더러운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런 더러운 기분은 가뜩이나 미미한 나의 생산성을 완벽히 제로에 가까운 상태로 한동안 떨어뜨려 놓기까지 한다.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도 실패를 통해 배우라고 떠드는 것일 게다. 분명히 그렇다. 실패를 통해 가장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일단 무력감, 자괴감, 패배감 등등의 더러운 기분들이다. 나의 공과를 냉정히 분석하고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겸허히 스스로를 다잡는 일은, 어지간히 독한 인간이 아닌 다음에야 자발적으로 이루기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다. 게다가 실패는 그를 통해 느끼는 더러운 기분..
나는 아직도 월드컵이라고 하면 2002년만 떠올리고 있는데, 그게 또 어느새 12년 전 일이란다. 하아, 참 시간 잘 가는구나. 이번에는 그나마 다행(?)인게 월드컵 분위기가 드럽게 안 나서 세월의 흐름을 그리 격하게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묘하게 다행스럽다. 축구도 시원찮고 나라는 더 거지같기 때문에 목 놓아 대한민국을 외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안 드는 월드컵이지만, 모질지 못하게 또 아침부터 늦잠을 포기하면서 테레비를 켜고 말았다. 그나저나 오심과 실책이 난무하던 대회는 대충 수습이 되어가는 듯 하지만, 대회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참을 수 없을 최악의 참사는 삼성의 발연기 광고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