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셰필드
- Museums Sheffield
- 고레에다 히로카즈
- 시민공원
- 역사관
- 공원역사관
- 셰필드 웨스턴 파크 뮤지엄
- 웨스턴 파크
- 오사카
- 부산시민공원
- 셰필드 박물관
- 부산시민공원 역사관
- 하야리아
- 나니와바다의 시공관
- Weston Park Museum
- Today
- Total
목록분류 전체보기 (77)
감상적 속물

녀석이 처음 내 배 위에 올라탔을 때의 느낌을 기억한다. 침대에 누워있던 나는 내 배 위로 아무런 고민 없이 풀쩍 뛰어 올라서 털썩 주저앉는 녀석을 보면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뭘 믿고 나한테 지 몸을 저렇게 무방비로 맡기는 건가, 뻔뻔스럽기까지 한 저 믿음은 뭔가, 그리고 이 묘하게 작고 따뜻한 체온은 뭔가 하는 등등의 생각들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내 배 위에서 팔자좋게 또아리를 틀고 잠을 청하는 녀석을 바라보는 몇 초 동안 스쳐 지나갔다.녀석은 2008년 쯤에 태어났다고 들었다. 누나의 친구네에서 태어나 누나네 집으로 오게 된 작은 요크셔테리어의 이름은 왜인지 일용이었다. 똘똘하고 성질도 더럽지만 막상 낯선 사람을 마주하게 되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쓸모없는 집강아지였다. 누나네 집에 갈 때마다 ..
세상에 당연하게 그 자리에 있거나,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은 없다. 항상 단단하고 눈부시게 반짝일 거라고 생각하는 별들도 언젠가는, 언젠가는 소멸한다고 하니까. 걱정이 되지 않는 소나무 같고 바위 같은 존재도 세상에 있을 수 있겠으나 그런 존재들도 각자의 치열한 투쟁 속에서 시간을 이겨나가는 것이리라. 그러게.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겠냐. 더없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스스로의 모습 조차도 가끔씩 상상을 벗어날 정도로 추해서 혼란에 빠지곤 하는데. 다만 그럼에도, 모든 존재에게는 각자의 계절이 있다고도 생각해본다. 차갑고 어두운 계절이 지나면 또 다시, 늘 그랬듯 당연하게 꽃을 피우리라 믿는다.
어느덧, 벌써 2024년도 12분의 1이 지났다. 내가 아주 가끔씩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자의로 일기 비스무리한 기록을 쓰기 시작한 게 대강 스무살 때부터였는데, 그 때부터 지금까지 내 일기에 가장 많이 등장한 표현이 아마 '시간이 빨리 간다', '심심하다' 류의 말들일 것이다. 아마도 그건 평소에 그런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런 말들이 일기에 많다기 보다는, 그런 생각이 들 때에 뭔가를 기록해두고 싶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의 일기도 아마 그랬던 것 같다. 이거라도 안 하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을 못 하게 될 테고, 결국엔 그 시간들이 의미 없게 느껴질까봐 뭐라도 끄적여두자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을 거다. 2023년을 이제서야 다시 생각해보는 마음도 크게 다르진 않다. 물론..
어느새, 2021년도 1/4이 지나가버렸다. 플5의 예판 추첨도 몇 번이나 나를 지나쳐갔다. 이제는 망설임 없이 내 돈 내고 장만해서 당당히 게임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이번에도 내가 원하는 것은 내 사정을 기다려 주지 않는 듯 하다. 내 의지대로 가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원하게 되는 것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대체 반도체 시장의 공급 부족사태는 왜 이럴 때에 발생하는 것인가. 생각해보니 플4를 갖게 되었을 때에도 상황이 어째 크게 다르진 않았던 것 같다. 새로운 플스를 얻게 되어 벅찬 흥분과 환희로 가득한 새로운 하루하루를 맞이하게 됐었지만, 당시의 나는 고용이 불안정한 30대 중반이라는, 속 편하게 게임이나 하고 있기에는 조금 어딘가 불..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나눠야 할 마음도 하나 가득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도 그런 거 같다. 아주 큰 변화가 있었고, 이런 저런 많은 일들이 나를 지나쳐 가거나 혹은 너무 앞서갔다. 나는 생각과 기억의 공백에 일기를 쓴다고 생각해왔다. 도무지 기억나지 않을 것 같은 긴 진공 속에 있는 느낌일 때, 뭐라도 남겨야겠다 싶은 마음으로 쓴다고. 지난 일기들을 보면 하나같이 심심하다는 내용 밖에 없었으니까. 근데 꼭 그렇지도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견디기 어려울 만큼 생각들이 부글부글 부푸는 이상한 포화상태일 때도 끄적이게 되는 거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