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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雜想 : 오늘의 단상 (39)
감상적 속물
병원을 다녀오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병원은 내가 어딘가 매우 아픈데 내 힘으로는 감당이 안 될 때 찾는 곳이다. 거의 모든 이들이 살아가다 가끔씩은 어딘가가 아픈 경험을 하게 되고, 또 모든 이들이 나름의 때가 되면 그런 아픔을 더는 이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병원은 삶과 죽음 사이의 어떤 경계에 위치한 공간이다. 그래서 병원을 다녀오게 되면 난 항상 그 가능성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나의 죽음을 생각해본다. 행인지 불행인지, 혹은 그냥 자연스러운 어떤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나 또한 많은 이들처럼 죽음에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죽음에의 위협에 평균치라는 게 있지는 않겠지만, 나와 내 죽음과의 거리는 다소 억울하게도 누군가의 죽음과의 거리보다는 좀 가까울 것이고, 상당히 감사하게도 다른 누군가가 ..
아마도 부산 앞 바다 어딘가. 시끄럽게 엔진이 웅웅거리고 있고, 아마도 진귀한 광경이었을 부산의 야경도 상공에서 내려다 보았으며, 난기류에 의한 약간의 요동까지 칠흑 속에서 경험하고 있지만 아직도 당최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잘 이해도 되지 않는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부산에서 홍콩, 홍콩에서 다시 런던, 그리고 레스터. 기역과 니은과 디귿을, 그리고 그 다음에 다시 리을을 나열하는 것마냥 비현실적이고 관념적이다. 세 시간 후 습한 아열대의 공기를 내 몸이 들이마시게 되면 그 때쯤 뭔가를 실감할 수 있을까? 글쎄 실체가 없는데 실감할 무언가가 있기는 있으려나. 고도 10,400m, 시속 700km/h로 비행하고 있다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온다. 아마도 대단한 숫자인 것 같은데도 아직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