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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想 : 오늘의 단상

너나 실패를 통해 배워라

blueturtle46 2014. 6. 25. 15:45

객관적 결과로서의 실패를 마주하는 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유를 가지고 있던 간에 거의 무조건적으로 불쾌한 일이다. 즉, 더러운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런 더러운 기분은 가뜩이나 미미한 나의 생산성을 완벽히 제로에 가까운 상태로 한동안 떨어뜨려 놓기까지 한다.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도 실패를 통해 배우라고 떠드는 것일 게다. 분명히 그렇다. 실패를 통해 가장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일단 무력감, 자괴감, 패배감 등등의 더러운 기분들이다. 나의 공과를 냉정히 분석하고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겸허히 스스로를 다잡는 일은, 어지간히 독한 인간이 아닌 다음에야 자발적으로 이루기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다.

게다가 실패는 그를 통해 느끼는 더러운 기분들 덕분에, 실패에서 뭔가를 배우기 보다는 오히려-그리고 지극히 자연스럽게도-부정적인 방향으로의 강화를 경험하게 만든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씁쓸한 자신의 치부를 돌아볼 만큼 독하지 못하기에 실패한 것이겠지만, 나같은 범인은 그저 겸손히 빡치는 정도만이 가능할 뿐이다. 난 그냥 무책임하게 마구 마구 짜증이나 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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