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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 속물
여행을 갈 만한 짬이 생겼다. 주변의 아이들도 이미 일찍부터 세워 놓은 각자의 계획들을 따라서 여기저기로 떠났다. 다들 부지런히도. 그런데 나는 영 어딘가로 떠나는 게 쉽지가 않다. 기본적으로 스스로가 그리 호기심이 많은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은 조금 여러모로 아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가고 싶은 곳이 없다. 이쁘디 이쁜 이국의 마을들을 두 눈에 담을 절호의 기회라는 건 잘 알고 있다만, 딱히 어딘가로 가고 싶다는 마음은 도통 들지가 않는다. 어딘가 혹은 무언가를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들 만큼의 기본적 지식이 없어서 그런 거려나? 글쎄, 모르겠다. 한편으론 웃긴 일이다. 여기에 있기 싫다는, 어린애 투정 같은 마음 하나로 대책 없이 이역만리에 와있는 주제에 딱히 가고 싶은 데는 없다니...
나는 영어에 재능이 있었던 게 아니라, 단지 수학을 영어에 비해서 더럽게 못했을 뿐이었다는 거. 끼니를 챙겨먹는 건 주린 배를 불리는 것임과 동시에, 죽지 않고 살기 위해서, 거르면 안 되는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거. 힘들 때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건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작고 사소한 것들이라는 거.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던 많은 것들이 실은 상당히 당연하지 않은 수고로움의 결실이었다는 거.
병원을 다녀오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병원은 내가 어딘가 매우 아픈데 내 힘으로는 감당이 안 될 때 찾는 곳이다. 거의 모든 이들이 살아가다 가끔씩은 어딘가가 아픈 경험을 하게 되고, 또 모든 이들이 나름의 때가 되면 그런 아픔을 더는 이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병원은 삶과 죽음 사이의 어떤 경계에 위치한 공간이다. 그래서 병원을 다녀오게 되면 난 항상 그 가능성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나의 죽음을 생각해본다. 행인지 불행인지, 혹은 그냥 자연스러운 어떤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나 또한 많은 이들처럼 죽음에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죽음에의 위협에 평균치라는 게 있지는 않겠지만, 나와 내 죽음과의 거리는 다소 억울하게도 누군가의 죽음과의 거리보다는 좀 가까울 것이고, 상당히 감사하게도 다른 누군가가 ..
아마도 부산 앞 바다 어딘가. 시끄럽게 엔진이 웅웅거리고 있고, 아마도 진귀한 광경이었을 부산의 야경도 상공에서 내려다 보았으며, 난기류에 의한 약간의 요동까지 칠흑 속에서 경험하고 있지만 아직도 당최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잘 이해도 되지 않는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부산에서 홍콩, 홍콩에서 다시 런던, 그리고 레스터. 기역과 니은과 디귿을, 그리고 그 다음에 다시 리을을 나열하는 것마냥 비현실적이고 관념적이다. 세 시간 후 습한 아열대의 공기를 내 몸이 들이마시게 되면 그 때쯤 뭔가를 실감할 수 있을까? 글쎄 실체가 없는데 실감할 무언가가 있기는 있으려나. 고도 10,400m, 시속 700km/h로 비행하고 있다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온다. 아마도 대단한 숫자인 것 같은데도 아직 와..
일대종사 / 감독: 왕가위 / 국내개봉: 2013 이나 에서 왕가위가 보여주던 흐리멍텅하고 불안하고 왠지 우울하기도 한 분위기가 어린 마음에 막연히 좋았다. '왕가위 스타일'이라는 말도 생길 정도였으니 그의 영상이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았다고 볼 수 있겠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홍콩이라는 동네가 중국에 반환되기 전에 가지고 있던 당시 사람들의 혼란한 정서가 왕가위 영화에 상당 부분 반영되었던 것이라고 하더라. 어쨌든 저쨌든 결국 홍콩이란 동네는 중국에 반환이 되었고, 또 그 탓인지 아닌지 왕가위 이 양반의 스타일도 왠지 조금씩 변해가는 것 같았다. 모든 건 변하는 거니까 변화 자체를 이렇다 저렇다 하긴 어렵지만, 더 이상 예전에 내가 좋아하던 스타일의 영화는 볼 수 없어진 셈이니 어쩔 수 없이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