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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 속물
나는 영어에 재능이 있었던 게 아니라, 단지 수학을 영어에 비해서 더럽게 못했을 뿐이었다는 거. 끼니를 챙겨먹는 건 주린 배를 불리는 것임과 동시에, 죽지 않고 살기 위해서, 거르면 안 되는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거. 힘들 때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건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작고 사소한 것들이라는 거.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던 많은 것들이 실은 상당히 당연하지 않은 수고로움의 결실이었다는 거.
병원을 다녀오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병원은 내가 어딘가 매우 아픈데 내 힘으로는 감당이 안 될 때 찾는 곳이다. 거의 모든 이들이 살아가다 가끔씩은 어딘가가 아픈 경험을 하게 되고, 또 모든 이들이 나름의 때가 되면 그런 아픔을 더는 이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병원은 삶과 죽음 사이의 어떤 경계에 위치한 공간이다. 그래서 병원을 다녀오게 되면 난 항상 그 가능성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나의 죽음을 생각해본다. 행인지 불행인지, 혹은 그냥 자연스러운 어떤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나 또한 많은 이들처럼 죽음에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죽음에의 위협에 평균치라는 게 있지는 않겠지만, 나와 내 죽음과의 거리는 다소 억울하게도 누군가의 죽음과의 거리보다는 좀 가까울 것이고, 상당히 감사하게도 다른 누군가가 ..
아마도 부산 앞 바다 어딘가. 시끄럽게 엔진이 웅웅거리고 있고, 아마도 진귀한 광경이었을 부산의 야경도 상공에서 내려다 보았으며, 난기류에 의한 약간의 요동까지 칠흑 속에서 경험하고 있지만 아직도 당최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잘 이해도 되지 않는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부산에서 홍콩, 홍콩에서 다시 런던, 그리고 레스터. 기역과 니은과 디귿을, 그리고 그 다음에 다시 리을을 나열하는 것마냥 비현실적이고 관념적이다. 세 시간 후 습한 아열대의 공기를 내 몸이 들이마시게 되면 그 때쯤 뭔가를 실감할 수 있을까? 글쎄 실체가 없는데 실감할 무언가가 있기는 있으려나. 고도 10,400m, 시속 700km/h로 비행하고 있다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온다. 아마도 대단한 숫자인 것 같은데도 아직 와..
일대종사 / 감독: 왕가위 / 국내개봉: 2013 이나 에서 왕가위가 보여주던 흐리멍텅하고 불안하고 왠지 우울하기도 한 분위기가 어린 마음에 막연히 좋았다. '왕가위 스타일'이라는 말도 생길 정도였으니 그의 영상이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았다고 볼 수 있겠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홍콩이라는 동네가 중국에 반환되기 전에 가지고 있던 당시 사람들의 혼란한 정서가 왕가위 영화에 상당 부분 반영되었던 것이라고 하더라. 어쨌든 저쨌든 결국 홍콩이란 동네는 중국에 반환이 되었고, 또 그 탓인지 아닌지 왕가위 이 양반의 스타일도 왠지 조금씩 변해가는 것 같았다. 모든 건 변하는 거니까 변화 자체를 이렇다 저렇다 하긴 어렵지만, 더 이상 예전에 내가 좋아하던 스타일의 영화는 볼 수 없어진 셈이니 어쩔 수 없이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