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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 속물
조용한 휴일 본문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났다.
늦게 일어나기는 했지만 일어나서도 특별히 할 일은 없었기 때문에 멍하니 있다가 다시 잠을 청했다. 더 이상 잠들 수 없을만큼 자고 난 후에야 무겁게 몸을 일으켜서 어제의 설거지를 하고 지난 겨울의 이불 빨래를 돌렸다. 안 하던 짓에 세탁기도 다소 당황했는지 몇 번의 헹굼과 탈수를 반복한 끝에 이불을 볕에 널 수 있었다.
다행인지 아닌지 날씨는 좋았다. 나의 무료한 일상과는 무관하게 화창하고 따뜻한 날이었다. 저녁은 늘 해먹던 예의 파스타를 해먹었다.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은 하루라 요리에 쏟을 집중력이 상당히 남아있었던 건지, 익숙하디 익숙한 맛이지만 왠지 조금 맛있다고 느꼈다. 조용히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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