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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 속물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먹거리의 일본, 트루맛쇼의 한국 본문
박상현 (2013),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서울: 도서출판 따비
다가오는 여름에 규슈행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차라 그랬던 건지 (왠지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규슈가 일본의 유명 관광지로 자리매김하지는 않은 듯 하다. 서점에서 규슈관련 여행책자를 찾는 게 쉽지가 않았다.) 도서관의 서가를 지나가던 와중에 '규슈'라는 글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이 책, 이미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어버렸지만 지금 시점에도 소장의 유혹을 느끼고 있다.
저자의 블로그 포스팅(http://landy.blog.me)을 편집해서 책으로 엮은 탓에, 별도의 결론 같은 것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책에서 다루고 있는 각각의 아이템과 에피소드들은 하나같이 주옥같다. (비록 나는 치르지 않았지만) 분명히 책 값을 하는 책이다. 어줍잖은 화제를 모으기 위해 해괴하거나 희귀한 메뉴의 소개에 굳이 연연하지 않으며, 저자 자신의 취재와 솔직한 감각에 근거해서 음식들을 다루고 있다. 게다가 저자의 음식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너무나 배가 고파진다. 소개하고 있는 음식을 맛보고 싶어서, 그가 환기시키는 정서들을 나도 경험해보고 싶어서 견디기 힘들어질 정도이다. 비문학에서 이 정도로 매끄럽고 맛있게 (단순히 음식의 맛을 잘 전달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쓴 글을 만나는 것도 오랜만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규슈의 음식을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독자에게 우리나라의 음식문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만드는 것은 이 책이 가진 독특하고 고유한 미덕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보는 내내 얼마전에 보았던 다큐멘터리영화 <트루맛쇼>가 떠올랐다. 각각의 작품이 조명하는 바가 전혀 달랐기 때문에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일본은 이정도의 의식과 수준에 완성도를 지닌 음식문화를 구축해 놓았는데 우리나라의 음식문화는 철저히 자본에 의해 그것도 너무나 천박한 자본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국력, 선진화 운운하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해도 되는 일과 해선 안 되는 일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차이가 분명히 있음을 느꼈다.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최근의 사건을 떠올려보아도 이러한 생각은 점점 확고해지기만 한다. 저자는 책에서 일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음식은 밥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거의 같은 재료와 거의 같은 방법으로 밥을 짓지만, 결정적으로 맛의 차이를 가르는 것은 일본인들이 ― 짓는 이와 먹는 이를 막론하고 ― 밥을 대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가장 맛있는 밥을 제공해서 먹는 이들을 만족시키겠다는 것, 이윤을 추구함에 있어서도 기본은 지키는 것, 음식가지고 장난치지 않는 것, 그런 것들 말이다. 왜 우리는 기본마저 의심해야 하는 사회가 되었는지 여러모로 서글퍼지기까지 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블로거가 책을 냈다라고 하면 뭔가 경험칙에 근거해서 우리들의 머리속에 그려지는 어떤 전형들이 있다. 맹목적인 근면함만 가지고 운영한 블로그를 별다른 고민없이, 해당 블로그의 트래픽만으로 그 컨텐츠까지도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서 오프라인에 무분별하게 싸질러 놓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기 때문이다. 마치 방송에 나와 자신들을 홍보하려는 거짓 맛집들처럼. 하지만 이 양질의 책은, 장인들의 식당처럼 스스로의 내공으로만 승부를 건다. 일부 블로거들의 그렇고 그런 책들과는 비교대상으로 놓는 게 미안해질 정도다. 분명 제 값을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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