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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 속물
[고질라] 난 거대괴수물이 좋다고!!! 본문
Godzilla / 감독: Gareth Edwards / 국내개봉: 2014
뭐, 그렇다.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조금은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나의 영화 취향이 이번 <고질라>를 계기로 확실하게 이해된 것이다. 난 거대물을 좋아하는 놈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지 같았던 롤랜드 애머리히의 고질라도 나는 그리 재미없게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거대 괴수가 화면에 등장했던 시간은 잠시였지만 <클로버필드>도―망할 핸드헬드 덕분에 더럽게 어지럽기는 했지만―꽤 재밌게 봤었고, 거대괴수에 거대로봇까지 유감없이 등장하는 <퍼시픽 림>에서는 가히 역대급 재미를 경험했었다. 큰 놈이 나오면 일단 설레고 보는 불가해한 빠심이 나에게 존재했던 것이다. 그렇게 이번 <고질라>는 나에게―미처 인지하진 못했지만―이미 반쯤 먹고 들어갔다.
이 영화 <고질라>의 스토리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본 지도 한 달 가까이 지났고, 게다가 어차피 스토리 따위는 이런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다. (사실 바로 이런 부분이 여태껏 나를 다소 혼란스럽게 했던 부분인데, 거의 모든 창작물에서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치밀함이 떨어지는 걸 엄청나게 혐오하면서도 몇몇 예외에서는 이렇게 무비판적인 빠돌이가 된다.) 선후관계는 잘 모르겠으나 왜인지 심해에 고질라가 있었고, 핵발전소의 방사능유출로 탄생한 다른 거대괴수 한두 놈이 있는 상황에서 역시나 왜인지 고질라와 거대괴수들이 지들끼리 싸우고 자빠진다는 이야기이다. 전작―이라고 부르기는 매우 뭣하지만―에서의 고질라는 거대악이었는데, 이번 작에서는 지구와 인류를 무조건적으로 수호해주는 것이 거의 신과 같은 위상이 되어 버렸다. 고질라의 판권 고향인 일본에서 고질라의 역할이 어떻게 변모해왔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마블유니버스 같이, 설정이나 역할이 극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닐까 추정해볼 수 있겠다. 그리고 사실, 고질라라는 캐릭터를 울트라맨과 비슷한 정서로 경험하면서 성장한 나에게는 '착한 편'이 된 고질라가 훨씬 더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차피 괴수 이야기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기로 한 거, 봉준호의 <괴물>이 아닌 다음에야 괜한 고민 하지말고 장면 안에서의 표현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나쁘지 않은 선택일 듯하다. 그리고 그러한 점에서―이미 나는 객관적인 판단의 잣대를 놔버린지 오래지만―이 영화는 장르영화가 제공해야 할 기본적 재미들은 관객들에게 보장해주고 있다. 도시는 무지막지하게 부서지고 폭발하며, 고질라와 괴물들은 충분히 크고 아름답다. 이 정도면 된 것 아닌가. 고질라를 보러 온 이들이 핵발전의 위험성에 경각심을 갖기 위해 온 것도 아니고. 다시 말하지만, 나는 거대괴수물을 좋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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