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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 속물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깨진 합의, 회복할 수 있을까? 본문
Reich, Robert B. (2011). After Shock (안진환, 박슬라 역). 파주: 김영사.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해본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야만적이고 미개한 사회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지금의 아프리카에, 2차 대전 중의 유럽에, 혹은 중세 이전 어딘가에서 평민이하 신분으로 태어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이냐고. 지금의 삶이 왠지 비루하고 피로하지만,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풍족한 물질문명과 안정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을 해본단 말이다. 하지만, 그런 자문들이 지금 나의 이 행복하지 않음을 정당화 시켜줄 수 있을까?
모르는 게 약이라는 건 정말 엄청난 통찰에서 나온 말인 것 같다. 내가 몸담고 있는 게임의 실상을 알려주는 요런 경제학 책(자기계발서 말고 경제학 책)은 가급적 읽지 않는 쪽이 정신건강에 좋겠다는 게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를 읽으며 우선적으로 느낀 소회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서문에서부터 밝히고 있는 "경제 체제는 무엇을 위한 것이고,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은 책을 읽어나가면서 점점 더 비관적인 쪽으로 굳어지게 된다. 결론부에서 마무리하는 저자의 주장 자체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이지만 거기에 도달하기까지의 근거들은 하나같이 부정적인 것들이기 때문에, 적어도 나의 세계관은 조금 더 비관적인 쪽으로 강화되어 버렸다.
일단 책의 구성만 놓고 보더라도 이 책이 낙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세계 경제가 어떻게 해서 엉망이 되었는가를 설명하는 1부 '합의는 깨졌다' 130여 페이지, 앞으로 도래할 수도 있는 위험성들에 대해 언급하는 2부 '혼돈의 경제학, 분노의 정치학' 50여 페이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잘 될 수 있을 거라는 결론에 해당하는 3부 '기본 합의를 회복하라'가 20여 페이지이다. 이건 책 시작부터 끝나기 직전까지 실컷 겁주다가 마지막에 가서 잠깐 달래주는 제스처만 취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저자가 얘기하듯이 -그것이 민주주의적 정의와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봤을 때 옳든 그르든- 정치가와 자본가들이 이미 그렇게 강하게 연대해 있고 공생관계를 구축해 놓은 상황이라면, 기본합의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저자가 결론부에 언급한 역소득세와 탄소세, 부자증세 같은 방법들마저도 효과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무엇 때문에 이미 게임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쪽이 자신의 불이익을 기꺼이 감수해야 하나? 사회경제적 강자와 약자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 자체를, 강자의 입장에서는 허락할 이유가 없지 않나?
이 지점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이 일종의 장기적인 안목에 대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소득불균형이 심화될 경우 중산층의 구매력 저하는 전체 경제시스템을 마비시킬 것이고, 정치적으로는 심화된 계층 간의 갈등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라는 공멸과 퇴보의 예측인데, 상당히 타당해 보이는 예측이기에 그런 방향으로 사회가 흘러가는 것은 모두가 함께 막아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사회는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정말로 이성적이고 건강한 것일까? 지금은 그렇지 않더라도 건강한 상태를 회복할 수 있을만한 잠재력이 있을까?
글쎄. 의문이다. 나는 지금의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 탐욕? 무지? 혹은 공포? 아니면 이것들의 조합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부디 내 생각이 치기어린 비관주의이기에 불과한 것이기를 바란다. 아아, 경제학 책은 읽지 않는 쪽이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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