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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 속물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 의외로 즐거울 것만 같은 시읽기 본문
강신주 (2011),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 파주: 도서출판 동녘
최근에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양놈들한테 갖다 바칠 전공에세이를 쓸 일이 있었다. 수많은 전공책들을 뒤져가면서 가까스로 기한에 맞춰 제출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생소하기만 한 개념들을 잘 아는 척, 그것도 남의 나라 말로 잘 아는 척 하려다 보니까 제출을 하고 난 뒤에는 소위 머리에 쥐가 날 것만 같은 상태가 돼버렸다. 분위기 전환 및 스트레스 해소에는 뭐니뭐니해도 게임이 최고지만, 이번에는 한 며칠 지겹도록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던 관계로 더 이상의 전자파는 쐬고 싶지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찾아간 도서관에서 왠지 눈에 띈 요 책, 웬 시란 말이냐?
시, 대학입시를 치르기는 치러야 했기에 언어영역 지문으로 이런 저런 것들을 목격한 기억은 있다. 하지만 나와는 전혀 친하지 않았다. 애시당초 그리 문학적 소양이나 감수성이 잘 발달한 편도 아니었고 어쩌다 봐도 전혀 와닿지가 않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문학을 가르치는 우리나라(만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교육 방법의 문제도 나와 시와의 관계를 멀게 하는데 조금은 책임이 있지 않나싶지만, 여하튼 간만에, 아니 사실상 처음으로 시라는 걸 한 번쯤 봐도 괜찮지 않겠나 싶었다. 더군다나 요즘 핫한 강신주 박사가 소개해 준다고 하니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여하튼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은 (알고보니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의 후속편 격인 작품이었지만) 오랜만에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아마도 시라는 장르가 가진 매력을 처음 접한 촌놈의 호들갑이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이 책 덕분에 이제는 시라는 장르를 외면하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일일이 이름이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14챕터에 걸쳐 우리의 시들을 소개하고 그 시가 가진 철학적 함의, 혹은 연관된 사상을 저자가 친절히 소개해준 덕분에 (가부를 떠나 해석에 모두 동의할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시라는 것이 꽤나 멋진 예술이라는 걸 뒤늦게나마 알게됐다. 일례로 책에 등장하는 백석의 시는 그 짧은 몇 마디 글을 통해서, 살아 꿈틀대는 듯한 생생한 세계를 그리고 있었는데 여태껏 얄팍한 광고카피 정도에 싸구려 감탄이나 흘렸던 나한테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우리말이라는 게 이런 정도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언어였다는 데에, 그리고 똑같이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면서 심지어 그 언어로 밥벌이를 해보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과연 그 언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 하는 생각에 경이로움과 쪽팔림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시는 미래에 읽힐 숙명을 타고난 글'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시라는 걸 뒤져 볼 정도의 여유가 나한테 생기게 된 건지 시가 필요할 정도로 공허함이 커진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야 어찌됐든 전작인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을 포함해서 다른 시들도 언제 기회가 된다면 눈돌리지 않고 한 번 읽어봐야지, 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저자의 집필의도는 나름 성공적이지 않았나 싶다. 시, 꽤 멋진 예술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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