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적 속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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鑑賞 : 작은 즐거움들

[겨울왕국] 3D로 봤으면 재밌었을까?

blueturtle46 2014. 1. 23. 15:02

Frozen / 감독: Chris Buck, Jennifer Lee / 국내개봉: 2014


 별다른 생각 없이 세상을 살다보면 뜻밖의 횡재를 만나게 될 수도 있는 것이고, 또 재수없이 봉변을 당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방심한채로 보게된 영화, 겨울왕국. 나의 부주의함을 탓했어야 할까, 운명의 얄궂음을 탓했어야 할까, 여하튼 적어도 나에게 이 영화는 봉변에 가까운 영화이다. 물론 여러사람이 시간과 돈과 노력을 쏟아부어서 만들어 논 그래도 나름의 작품인데 봉변이라고까지 표현하는 것은 너무할 수도 있겠지만, 망할!!! 너무나도 너무나도 재미가 없다. 30대 이상의 아저씨는 관람을 삼가는 것이 좋다는 경고나 안내의 문구라도 달아주던가.(물론 그런 거 달아주는 유통사가 있을리 없다.) 

 영화는 네타 걱정하면서 조심스레 스토리를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가족용 애니메이션 메이커로서 디즈니가 가지고 있는 미덕일테지만 어쨌든) 간단 명료하다. 그리고 보다 정확히는 무성의하다. 이야기 상의 갈등 따위는 심화되지도 않고 그럴 개연성 따위도 보여주지 않지만 '자~ 이제 시간됐으니 대충 좋은 게 좋은 걸로 하고 끝냅시다. 노래도 몇 곡 불렀고 귀요미 캐릭터가 개그도 몇 개 보여줬으니 괜찮겠죠?' 같은 느낌으로 끝내버린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는 건 마치 이 영화를 위해서 존재하는 듯, 관객들을 몰입시키고 교감하게 만들어야 할 이야기에 대한 고민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양성평등, 주체적 자의식 형성 같은 개념이 디즈니의 이야기 치곤 그나마 새로웠던 시도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이건 식당 인테리어를 새롭게 하느라 요리에는 신경을 못 썼다는 격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영화는 30대 이상의 배배 꼬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아저씨라면 절대로 보지 말아야 할 애니메이션일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나의 돈 아까움으로 인해 맛 보았던 불쾌감보다 더더욱 쇼킹했던 건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타임지, 뉴욕포스트 같은 데서 '올해의 영화' 어쩌구에 선정했고 어디어디 시상식 몇 개 부문에나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둥 세상은 또 온통 호평일색이라는 점이다. 

 대체 왜??!!

 이쯤되면 이건 음모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을 정도다. <디워>같은 건 편승하고 부추길 묘한 애국심이라도 있었지, <겨울왕국>의 흥행몰이와 호평은 지금의 나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3D로 봤으면 스펙타클이 쩔었을까? 재밌게 본 누군가가, 그리고 이 영화가 올해의 영화라고 생각했다는 누군가가 이 영화의 어떤 점이 자신은 정말 재미나고 맘에 들었다고 나 좀 이해시켜줬으면 하는 쓸데없는 바람이 들 지경이다. 나의 미감이 세상 보편의 감각에서 이렇게나 멀리 떨어져 있다고 느끼니 왠지 조금 쓸쓸해지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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