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적 속물

[닥치고 정치] 이제는 좌절된 꿈의 뒷담화 본문

鑑賞 : 작은 즐거움들

[닥치고 정치] 이제는 좌절된 꿈의 뒷담화

blueturtle46 2013. 9. 9. 20:03

김어준, 지승호(ed.) (2011). 닥치고 정치. 파주: 푸른숲


대선의 충격도 이제는 어느 정도 잊혀질 때가 되었던 건지, 어느새 정치에는 신경을 쓰지 않은채 지내고 있다. 이명박 시절보다는 확연히 다른 박근혜 정부의 뉴스메이킹 수위 덕분에 요즘은 박근혜의 패션에 대해서 하루하루 알아 가고 있는 듯 하다. 그러다 우연찮게, 그리고 살짝 유행에 뒤쳐지게 <닥치고 정치>를 펼쳐 들게 되었다. 신자유주의에서 탈락한 백수조차도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기에. <닥치고 정치>는 나꼼수의 인기와 더불어 소위 대박이 난 책이기 때문에 굳이 또 지금 시점에서, 책에서 그렸던 상황들이 결국 현실화 되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칭찬 릴레이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신 결과론밖에 안 되겠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철 지난 텍스트를 그나마 시의적절하게 해석하는 방법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닥치고 정치>라는 제목이 - 책의 내용보다는 김어준의 이미지와의 연관성에 보다 집중한 듯 하지만 - 전달하는 뉘앙스처럼 결국 삶은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라면, 보다 삶과 정치를 생생하게 묶어줄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BBK고, 차명계좌고, 전환사채고 간에 나 같은 놈한테는 너무 비서민적인 정의의 영역으로 느껴졌다. 해당 이슈의 팩트와 핵심을 짚어 줌으로써 뭐가 잘못 되었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라는 판단을 대중이 할 수 있게 도와줬다는 부분은 동의하겠지만, 나 같은 약자는 이제 강자들의 대규모 돈장난에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한다. 가레스 베일이 이적료 최고액을 경신했다 정도의 가십일 뿐이다. 일상의 언어로 정치를 하는 정치인이 몇 안 된다는 게 진보진영의 약점이라고 책에서 밝혔음에도, 결국 나꼼수 또한 가십의 언어와 영역에 머물러 버리고만 - 사실 국민들의 득실을 따져 주는 건 전문 정치인들이 했어야 하는 부분이지만, 당시 나꼼수에 쏠렸던 기대치를 감안했을 때 아쉬울 수밖에 없는 - 한계 아닌 한계를 드러냈다고 본다.  

 기왕 비겁한 결과론을 가져온 김에 가정법까지도 끌고 와서 생각해보자면, 조금 더 생생한 일상의 메시지를 대다수의 유권자인 서민들에게 제시하는 접근은 어땠을까? 집권자, 후보자의 비리폭로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르는 비용을 (예를 들어,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질저하 처리에 드는 비용 얼마와 그로 인해 지원받지 못하는 다른 사업의 비용 얼마, 그래서 어느 지역의 개인세부담으로 환산 시 얼마 이런 식으로.) 제시하고 따져보는 데에까지 연결되었다면 어땠을까? 정부고 언론이고 민생 현안 다 무시해도 부동산 정책만큼은 빠뜨리지 않는 만큼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한다면, 정치인들의 공과를 가지고 셈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얻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비겁한 가정까지도 가능은 할 것 같다.

 <닥치고 정치>와 <나꼼수>의 평가가 구분이 약간 모호해 지긴 했는데, 여러모로 아쉬웠던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작용했던 지점이 비슷했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언급되었다. 그리고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인해 자연스러움과 산만함이라는 장단점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것도, 형식이 장점이자 단점이 된 <나꼼수>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이런 저런 한계도 있지만, <닥치고 정치>는 텍스트가 현실을 바꾸는 데에 기여하는 장면을 연출할 뻔 했던 먹히는 책이었고, 씁쓸하게도 아직 유효한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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