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적 속물

[숨바꼭질] 무엇을 보여줄지 아는 스릴러 본문

鑑賞 : 작은 즐거움들

[숨바꼭질] 무엇을 보여줄지 아는 스릴러

blueturtle46 2013. 8. 29. 15:01

숨바꼭질 / 감독: 허정 / 2013


  이 땅 위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더 이상 나오기가 어려워 졌다고들 한다. 그리하여 문화에 있어서도 장르간의 교배가 어쩌니 영역 간의 통섭이 저쩌니 하는 식으로, 주어진 상황 안에서 어떻게 섞고 비벼서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느냐가 창작자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되어 가고 있는 듯 하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렇게 지지고 볶고 하는 와중에도 장르라는 개념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강하게 공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액션이면 액션, 로맨스면 로맨스, 에로면 에로에 해당하는 일종의 전형이 있다는 것이고, 장르가 보여줄 전형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 또한 형성이 되어 있다는 얘기이다.

 <숨바꼭질>은 포스터에서 볼 수 있듯이 공식적으로(?) 충격실화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다. 스릴러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으레 기대하는 바가 있다. 좁은 시야의 카메라가 주인공의 시점을 답답하고 혼란스럽게 비추다가 빠밤!!! 하면서 찢어지는 효과음과 함께 불쾌하게 사람 놀래키는 전형적인 연출이 그것일 것이다. 사실 <숨바꼭질>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법에서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면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방식대로 지극히 스릴러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뭘 가지고 스릴러를 만들어야 이 장르를 찾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전략이 이 영화에는 있다는 점이다. 속칭 부동산 스릴러라고 불릴만큼 한국의 중산층이 가지고 있는 불안 심리를 반영한 부분도 <숨바꼭질>의 훌륭한 전략이자 개성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가 참신하다는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스릴러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말 그대로 무섭고 살 떨리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다. (내 기억속에 최고의 호러였던 <셔터>는 다른 건 다 기억나지 않지만, 귀신이 정말 더럽게 무섭게 생겼다는 건 잊지 않고 있다. 덕분에 다 큰 아저씨가 런닝타임 내내  괴성을 내질렀던 기억이 있다.) 이 점에서 <숨바꼭질>은 요즘 칭찬이 자자한 문정희를 너무도 잘 활용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스릴러의 매력을 갖춘 작품을 완성시킬 수가 있었다. 

 상업영화라면 기본적인 장르의 규칙까지는 아니더라도, 장르에 대한 기대치는 충족을 시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준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즐길 거리들이 영화에 가득하다면 명작의 반열에 올라서는 영화가 되겠지만, 기본도 못하는 영화들이 천지인 판에 <더 테러 라이브>, <숨바꼭질> 같이 재미있는 우리나라 장르영화가 계속해서 극장에 걸린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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