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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 속물
지구상의 어디에서도 더이상 만 29세라 우길 수 없는, 빼도 박도 못하는 30이란 숫자가 서서히 포위해오고 있다. 이 놈의 머슴팔자는 최근에도 나를 한 달 가량 집 밖으로 돌게 만들었고, 그리하여 이 참에 아예 내 의지로 밖으로 나돌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나... 머슴팔자에 그런 생각은 가당치도 않은 것이었는지 가차없이 튕겨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하고 싶은 것도 하기 싫은 것도 분명치 않은 그런 서른... 싫스모니다~
사랑니라는 게 언젠가부터 조그맣게 입 속에서 느껴졌다. 아프지는 않았다. 언젠가는 빼야 하겠지만 아직은 괜찮을 거라 생각하면서 차일피일 결단(!)을 미뤄왔는데, 그 결단의 순간이 엉겁결에 찾아와버렸다. 분명히 내발로 찾아간 치과였지만 어디까지나 즉흥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심사숙고였든 즉흥이었든 나의 사랑니는 수술판정을 받았고, 담담하면서도 왠지 무기력하게 뽑혀 나갔다. 알고는 있었지만 오늘이 될 줄은 몰랐고 아플거란 건 알았지만 이런 느낌이 될 거란 것도 몰랐다. 이렇게 사랑이(齒), 안녕을 고했다.
어느새 얼굴에서 주름을 세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난 아직 너무도 어리다. 단 한 순간도 준비된 마음으로 세상사를 받아들여 본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이 나에겐 너무도 이르고, 너무도 놀랍고, 너무도 별 일이다.
따로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샤워를 하면 먼저 발을 씻는다. 그렇게 슥슥 대충 발을 씻고 다시 샤워꼭지를 잡은 후 이제 머리를 감을라치면, 내가 좀 전에 발을 씻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물론 따로 정해놓은 것도 아니고 혼신의 힘을 다해 집중해서 샤워를 집행하는 것도 아니지만... 뭐야아... -,-" 왠지 오늘도 두 번 발 씻은 느낌.
뭔가 긴장감은 빠져 있었지만 어쨌든 야근이라는 이름에 한 일주일 늘어져 있다보니 왠지 모르게 뛰고 싶어졌다. 11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왔음에도. 웬 방정인지 강변을 향하는 길에서부터 뛰기 시작했는데 내 몸이 뛰는 것을 원한다는 사실이 어색하기 짝이 없었지만 어쩌다보니 나도 모르게 정말 그렇게 되버린 느낌이랄까... 하여간 그랬다. 한 시간이 넘게 뛰고 (힘들면 당연히 걷고) 집에 들어왔다. 어느샌가 나의 습관, 혹은 마음 어딘가에서 뛰는 것을 욕망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아직 나의 체력은 이 런닝에 준비가 되지 않았다. 뒈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