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展示 : 외면할 수 없는 것들

[2014] 셰필드 웨스턴 파크 뮤지엄 (1/3)

blueturtle46 2016. 6. 8. 03:04

셰필드 웨스턴 파크 뮤지엄(Weston Park Museum) 홈페이지 

- http://www.museums-sheffield.org.uk/museums/weston-park/home

 

셰필드 웨스턴 파크 뮤지엄(이하 셰필드 뮤지엄)은 방문 당시(2014년 10월) 박물관 개선사업이 우선적으로 완료된 상황이었고, 현재 시점에도 셰필드 시 단위에서 산하 박물관(Millennium Gallery, Graves Gallery, 그리고 Weston Park Museum)의 개선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개선사업은 그 결과가 박물관의 경제적 자립으로 이어지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평가의 지표가 되는데, 특히 셰필드 뮤지엄을 포함해 입장료가 무료인 영국의 대다수 국공립 박물관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위 사진과 같이 박물관을 들어서자마자 관람객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이 뮤지엄샵이 되는 상황도 심심찮게 연출되곤 한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 종합안내사인이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지만, 역시나 너무나 가까이에 카페도 위치하고 있다. 공공박물관으로서 지역의 상징성이나 자긍심을 반영하는 공간이 되는 게 중요하냐, 지역에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입장료를 무료로 하는 것이 중요하냐는 당장 답을 내리기 어려운 이슈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난 다소 김이 빠지는 것은 감수하고라도 모두가 서비스를 향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더 재미있게도, 박물관의 입장료 무료 정책이 실질적으로 관람객의 저변을 늘리지는 않는다는 연구 또한 존재한다.

위의 안내간판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면, 1층(Ground floor)에서는 각 주제들을 전시실별로 나누어 다루고 있고, 2층(First floor)에서는 교육과 체험활동이 이루어지는 구조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보다시피 셰필드 뮤지엄은 셰필드의 역사는 물론이고 고고학, 자연사, 미술까지 꽤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Sheffield life and times

실제로 가장 먼저 만나는 전시실은 위 안내간판의 지도에서 보이는 갈색 전시실인데, 사진촬영은 하지 않았다. 특별전이나 기획전에 한해서 사진촬영을 불허하는 경우가 가끔 있기는 한데, 이 때가 그런 경우였는지 아니면 그냥 내가 깜빡한 건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여튼 다음으로 만나게 되는 전시실이자 처음으로 관람객과 만나게 되는 상설전시실, Sheffield life and times 이다. 

 '셰필드의 삶과 시대상'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제목의 이 전시실은, 셰필드라는 도시가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해가며 현재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다시 한 번 위 지도를 언급하자면, 통로를 중앙에 두고 전시실 두개가 마주보고 있는 핑크색 공간이 이 전시실이다. 일단 진입방향의 왼쪽 전시실로 먼저 들어가면, 도시 모형과 키오스크를 연계해서 과거와 현재의 도시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보여주는 연출로 셰필드의 도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도시 모형의 옆으로는, 셰필드 지역의 지질표본들 ― 안타깝게도 상당수가 유실되거나 파손된 것으로 보이는 ― 과 옛 도시의 풍경을 그린 회화들을 통해서 도시의 입지조건과 초기 발전상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어지는 부분부터는 매끈한 금속느낌의 재질로 공간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철강도시로 유명했던 셰필드의 정체성을 반영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전시는 본격적으로 셰필드의 산업과 도시가 어떤 식으로 발전했는지 보여주기 시작한다. 영국의 다른 박물관에서도 느꼈던 부분인데, 영국 사회는 자신들의 박물관에 산업화와 공업화 과정의 유물들을 비교적 가감없이 담아 놓는 것 같다. 이것이 역사를 대하는 솔직하고 객관적인 태도에서 오는 것인지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사회로서의 긍지 같은 데에서 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 사회가 산업화 과정에 대해 보이는 선전과 향수가 뒤섞인 듯한 묘한 태도와는 분명히 다른 느낌이었다.

이어서 브라운 씨가 창업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육점의 재현 공간과 인터뷰 영상이 제공된다. 여기서는 셰필드의 산업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기업이나 업계의 시선에서 수치적 성과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셰필드의 산업화 과정에 대한 개인과 개인들의 기억들을 모아서 전달해준다. 그리고 시민들의 살아 있는 기억들과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공간적 배경은 일상 속의 정육점이다.

다음으로는 19세기 말 셰필드의 철강 및 금속 제조업이 발달하면서 다양해진 관련 직업군을 소개하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즐겼던 연출인데, 모형의 직업군이 생산했던 상품과 관련내용을 살펴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유리케이스 안의 목각인형들이 실제로 동작을 하기 때문에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시선을 붙드는 연출이었다. 그리고 저 복잡한 기계장치는 당연히도 고장이 잦게 마련인지라 네개의 인형 중 하나는 고장으로 동작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기했다.

도시의 생활상을 전달하는 데에 있어서 재현연출만큼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도 드물다. 여기서는 시각과 촉각에 후각적인 체험까지 제공하기 위해서, 콜타르 비누의 향을 맡아 볼 수 있는 코너도 마련해두고 있었다. 다양한 감각을 두루 자극해서 기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 연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유감스럽게도 콜타르 비누의 향이 어땠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벽돌과 모르타르 이상의 그곳' 이라는 문구와 이어지는 패널의 내용에서도 그렇고, 셰필드 뮤지엄에서는 재현연출을 사실의 전달 자체보다는 관람객의 기억이나 정서를 환기시키는 용도로 사용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셰필드 뮤지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영국 박물관 전시의 또 다른 특징은 ― 이라기 보다는 영국 사회의 특징에 가깝겠지만 공공 박물관이 사회를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깐 사회의 갈등을 드러내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다. '당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라(Fight for your action)', '파업행동(Strike action)' 같은 코너에서는 연출의 강렬함은 있을지언정 다른 어떤 부정적인 뉘앙스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박물관을 찾는 셰필드 시민들이 철강도시로서의 긍지와 함께 적극적 시민의식 또한 가지기를 기대하는 의도로 읽혔다. 

공동체로서의 도시가 그 구성원인 시민들을 대하는 영국사회의 ― 영국 전체를 언급하는 것이 다소 성급한 일반화라고 한다면 일단 이곳 셰필드, 혹은 셰필드 뮤지엄의  태도는 여기서도 드러난다. 사진 오른쪽의 리스트가 그것인데, 이는 1864년 셰필드에서 발생했던 대홍수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람들의 명단을 박물관 전시의 일부로 기획한 것이다. 자연재해라고도 볼 수 있는 사건이고 100년도 훨씬 전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시스템이 지켜주지 못한 이들을 도시가 기억하겠다는 태도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단순한 라이팅 사인에 불과한 연출이지만, 이를 보는 관람객들은 셰필드 박물관이, 셰필드라는 도시가 시민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분명히 좋은 인상을 받을 것이다.



History lab

한편, 박물관 중앙통로를 끼고 마주하고 있는 Sheffield life and times의 또 다른 전시실에서는 History lab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상대적으로 체험의 성격이 강한 전시를 마련하고 있었다. 

위 사진은 Many faces of Sheffield 라는 코너인데, 사료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사진과, 부조, 두상 등으로 셰필드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액자속 얼굴 들을 하나 하나 확인하다보면 끝에서 세 번째 열에서 멈춰서게 되는데, 오른쪽에서 세 번째 열의 위와 아래 액자가 거울이기 때문이다. 성인이라면 위의 액자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될 것이고, 키가 자라고 있는 아동이라면 아래의 액자에서 자신의 얼굴을 셰필들의 많은 얼굴 중 하나로 보게 될 것이다. 흔히들 누군가의 허물을 돌아보게 하는 연출로 거울을 활용하는데, 보다 긍정적이며 극적인 미러링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연출이었다.

 상대적으로 이쪽의 전시실은 체험적인 성격이 강하고 보다 저연령층에 타깃을 맞춘 연출이 많았다. 위의 연출은 셰필드에서 발견된 유적과 유물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관람객에게 제시함으로써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전시물의 위치가 아동의 눈높이에 맞도록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은 투덜투덜 거리면서 허리를 숙이거나 푹 쭈그려 앉아서 관람을 해야 했다.

그리고 이쪽은 체험적인 성격이 강함과 동시에 고전적인 쇼케이스 전시의 비중 또한 높았는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심심하게 연출이 되었다고 투덜투덜거리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고, 사람에 따라서는 디자인이 많이 개입된 전시를 피상적이고 정보량이 낮은 전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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