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적 속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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展示 : 외면할 수 없는 것들

[2014] 셰필드 웨스턴 파크 뮤지엄 (3/3)

blueturtle46 2016. 6. 15. 23:25

<앞 글에 이어서...>

About art

앞서 밝혔듯이 셰필드 뮤지엄은 미술도 다룬다. 그리고 바로 이곳이 미술을 다루는 전시실이다. 그런데 이곳은 일반적인 미술 갤러리들과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는데, 일반 갤러리들이 미술작품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준다면, 이곳은 미술을 어떻게 감상하는지 그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점이다.

물론 그것이 일종의 문화권력을 행사하듯이 교조적인 자세로 '이건 무슨 시대의 뭐고 뭐를 의미하니까 이런 이런 것들은 알아야 제대로 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다' 라는 소리를 하는 것이라면 관람객의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역겨웠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셰필드 뮤지엄의 태도는 '미술 작품을 어떻게 접근해야 나름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가?'에 가깝다.

이를테면 여기서는, 위 사진과 같이 Your gallery라는 코너를 마련해 관람객들이 간단한 그림을 그려서 전시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반 고흐와 피카소, 데미안 허스트가 한편으로 얼마나 별 볼 일 없었는지를 알려주는 일화들의 제시를 통해, 액자에 걸린 작품들과 작가들에 대한 거리감을 없애는 것으로 전시를 시작한다.

그리고 액자 속 회화(사진 좌측, 스코틀랜드 작가 John Bellany의 작품이라고 구글 이미지 검색이 알려준다)와 함께 음악을 들려주어서, 관람객이 나름의 정서를 환기시키고 이를 다시 작품과 연결지어 보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심리적 정서적 거리가 좁혀진 다음에는 그림을 뜯어보는 나름의 방법들을 제시해준다. 하지만 여기서도 정해진 정답을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어떠한 영감(inspiration)을 통해 이 작품이 나왔을지 혹은 어떠한 영감을 관람객이 받았는지에 대한 이야기에 보다 촛점을 맞춘다.

여기서, 사진 좌측의 Your choice라는 작품 전시 코너를 잊고 지나가면 섭섭해진다. Your choice에서는 앞서 언급한 Your gallery 작품 중 우수작품으로 선정된 작품을 조금 더 괜찮은 자리에서 조금 더 오래 전시함으로써 관람객의 작품활동 참여를 독려한다.

다른 작품들에 공유함에 있어서도, 셰필드 뮤지엄은 요란하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방식을 제안한다. 덕분에 전시실 안은 음악소리에, 관람객들의이야기 주고 받는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등으로 아주 엉망인 음향환경을 결과적으로 갖추게 된다. 일반적 갤러리였다면 아주 난리가 났을 환경이겠지만, 이곳에서는 미술에 대한 불필요한 권위를 제거하고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된 기획의 결과인 셈이다.

셰필드 뮤지엄이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이러한 방식이 오히려 더 관람객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동시에 미술작품에 대한 존중도 결여된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어쩌면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셰필드 뮤지엄을 찾는 자녀동반 가족관람객의 관람행태를 고려한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충분히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셰필드에는 전문적으로 미술을 소비하는 관람층을 대상으로 하는 갤러리가 이곳 말고도 Museums Sheffield 산하에 Millennium Gallery와 Graves Gallery 두 곳이나 이미 운영되고 있다.

Treasures

여하튼 그렇게 씹고 뜯고 맛보고 하면서 예술을 즐긴 다음에,마지막으로 소개할 전시실은 저 문틀 사이로 보이는 Treasures가 되겠다.

양 전시실 사이에 마련된 일종의 전실이자 전이공간에서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예술과 공예 그 어디쯤에 위치하는 소장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고리타분한 쇼케이스 전시이지만, 그래도 전시물을 분류함에 있어서 nature라는 키워드를 사용한 점은 분류된 결과물들에서 어떤 눈에 띄는 차이점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괜찮은 시도였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이 전시실은 보물들(Treasures)이라는 개성 없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그다지 특별한 주제나 목표의식을 갖고 구성된 전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나름 깔끔하게 정돈된 디자인과 전시요소들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그리 말할 게 없다고 느꼈다.

더군다나 한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영국 박물관의 전시라는 점에서, 이 전시실의 전시는 그리 매력적이지 못했다. 전시의 관람타깃을 아예 아동계층으로 삼았다라고 한다면 별로 할 말은 없지만, 이 전시실에서 다루고 있는 이국으로부터의 보물들(treasures)은 적어도 나에게는 지극히 구시대적인 오리엔탈리즘의 산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다른 문화권으로부터의 흥미롭게 생긴 소장품들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전시를 좋아하는 관람객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이곳의 한국인 관람객이었던 나는 제국주의적 흔적이 도처에서 발견되는 이 전시에는 흥미를 가지기가 어려웠다.

마지막 전시실의 전시 구성이 개인적으로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셰필드 뮤지엄(Weston Park Museum)의 전시는 전체적으로 우수했다. 지역사회의 역사를 대하는 방식도 훌륭했고, 인기와 큐레이션 사이에 균형잡힌 전시를 보여준 자연사 전시관도 인상적이었으며, 미술을 적극적으로 향유하고자 하는 기획도 굉장히 참신했다. 뮤지엄샵과 카페가 박물관동선에서 가장 부각되어야 하는 팍팍한 재정적 압박 속에 처해있다고는 하지만, 셰필드 뮤지엄은(Weston Park Museum) 앞으로도 성공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박물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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