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적 속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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展示 : 외면할 수 없는 것들

[2014] 셰필드 웨스턴 파크 뮤지엄 (2/3)

blueturtle46 2016. 6. 15. 23:11

<앞 글에 이어서...>

  

<Sheffield life and times> 전시실을 모두 둘러보고 나오면 위와 같은 통로를 지나서 다음 전시실로 이동하게 된다. 10미터 남짓한 길이의 이 통로는 나비패턴을 활용해서 벽을 꾸미고 있는데, 이 패턴들은 보기에 나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실 나름의 의미까지도 가지고 있다.

  

이 각각의 나비들은 'Buy a Butterfly' 라는 박물관 후원캠페인에 참여한 후원자들을 나타내는 것들로, 각각의 나비에는 후원자 혹은 단체의 이름이나 간단한 메시지를 적을 수 있게 해 놓았다. 안내 사인을 보면, 캠페인의 결과로 2012년에서 2014년 사이에 350개 이상의 나비가 팔렸고 28,000파운드(약 4,800만 원) 가량이 모금되었다고 적혀있다. 모금액수 자체가 인상적으로 많은 것은 아니지만, 소액이나마 기부 및 후원에 참여한 그 개인들이 박물관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Arctic world

그렇게 셰필드 뮤지엄의 건강한 운영형태에 감탄을 하려던 참이었다. 그리고 나는 영국의 철강도시 셰필드와 북극 사이에는 과연 내가 모르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가 잠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전시실로 들어서게 된다. 갑작스레 북극이라니...

Artic world 전시실 역시 최근에 리뉴얼 된 걸로 보였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박물관 측에서 이 북극이라는 주제를 버릴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박물관이 이렇게 본연의 주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전시물을 ― 이를테면 공룡이라든지 공룡이라든지 공룡 같은 경우 ― 유지하는 경우가 영국에서는 심심찮게 발견되었는데, 나중에 들은 바로는 그냥 관람객들이 공룡이나 북극곰 모형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박물관의 중요한 고객층의 하나인 어린이들은 당연히 공룡이나 북극곰을 좋아하겠지만, 영국의 경우는 이런 취향이 지역사회의 역사와 묘하게 맞아 들어가면서 일종의 박물관 상징처럼 발전하기까지 한단다. 그래서 박물관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전시 철학과는 다소 동떨어진 소장품임에도 전시를 수정하거나 폐기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셰필드의 경우도 북극곰 모형이 부모계층에서 자녀계층까지 대를 이어가며 아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What on Earth!

이어지는 전시는 북극에 이어서 또 다시 자연사 전시다. 이쯤 되면 슬슬 셰필드 뮤지엄의 큐레이션에 의심이 싹 트게 되는데,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위의 사진에서처럼 지역의 생태계라는 측면으로 자연사를 접근하고 있었다.  

이곳의 전시는 집에서 발견하게 되는 생태계 ― 주로 해충 등으로 분류되는 생물군이라 인식은 좋을 리 없겠지만 ― 에서부터 시작해서 자연의 생태계 전체로 이야기가 확장된다.

셰필드 뮤지엄 전시의 주 타깃은 지역의 가족단위 방문객인 것으로 보였지만, 이곳 자연사 전시에서는 가족 중에서도 특히 자녀계층에 타깃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 집 곳곳의 작은 생태계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숨기(Hiding), 짝짓기(Mating), 이동하기(Moving) 등 동물들의 행동 패턴을 이어 보여줌으로써 자연 전체의 생태계로 확장된다.

아마도, 자연사 부분의 전시는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박제류의 소장품들을 리뉴얼을 기점으로 새롭게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볼 수 있는데, 비슷한 기조의 또 다른 연출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이런 연출들이 효율적으로 공간을 점유하고 나름의 정보를 전달해주는 연출들이란 것이다.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는 동물모형을 지나면, 자연사 전시는 고대 생태계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지구과학의 이슈들이 고대 생태계와 현대 생태계 전시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문외한인 내가 느끼기에도 직관적이고 설득력 있게 보였다. 특정 주제의 전시를 구성함에 있어서, 해당 내용을 잘 모를수록 그것을 학계에서 분류한 기준에 맞춰서 순서대로 구성해야 한다는 일종이 강박 같은 것이 있었는데, 역시나 그것은 내가 해당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그런 것이었음을 위의 연출이 깨닫게 해주었다.

자연사 전시의 마지막은 앞서 언급한 것들이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고, 이러한 생태계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들이 사용되는가를 제시하면서 관람객들이 지속적으로 자연사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한다. 

그리고 아울러, 작은 세계에 살고 있어서 관심을 갖고 관찰하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곤충의 세계를 확대모형을 통해 부분적으로 제시해주고 있었다. 개미와 꿀벌에 친숙한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는 역할이겠지만, 벌레를 무서워하는 나로서는 조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자연사 전시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한적인 공간 속에서 다소 산만하게 보일 수 있는 다양한 내용들을 내용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매끄럽고 세련되게 정리했다는 것이다. 위의 사진은 주 동선으로부터 다소 벗어난 구석이라 관람객들이 그냥 스쳐가는 게 아쉬웠는데, 창 밖의 공원과 안쪽의 전시내용이 조화를 이루면서 멋진 조망을 제공하는 지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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