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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 속물
[타짜-신의 손] 이 영화 말고도 9,000원으로 할 수 있는 건 많다 본문
타짜 - 신의 손 / 감독: 강형철 / 국내개봉: 2014
추석의 극장가가 선택의 폭을 그리 넓게 허락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황폐할 줄은 몰랐고, 그래서 이 영화로부터 도망가지 못했다.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는 하나의 잘못된 캐스팅이 영화를 얼마만큼 망쳐놓을 수 있는가 확실히 보여주는 좋은 케이스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악영향의 파괴력은 그 미스캐스팅이 이야기의 중심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커져간다. 최승현(이하 탑. 최근의 한 영화관련 인터뷰와는 달리, 배우 최승현과 가수 탑은 한치도 다른 게 없는 사람인 것으로 드러났다)은 러닝타임 내내 웃고 울고 소리 지르며 기가 막히게 ‘대길’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해가려 하는데, 문제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대길’이라는 캐릭터가 무슨 생각으로 사는 인간인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사람 찌르고 도망가는 놈이 여자 집에 들러 웃으며 농을 던지는 괴상한 여유는 시나리오 탓을 한다고 하더라도, 시종일관 과장되고 겉도는 연기는 단 한 순간도 진심이 느껴지지를 않아 차라리 얘가 이 영화에서 가장 속내를 알 수 없는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는 쪽이 보기 편할 정도다. 그리고 이건 배우가 연기를 ‘잘했다’ 혹은 ‘잘 못했다’의 수준이 아니라 거기에 앉히면 안 되는 배우를 앉혀둔 캐스팅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미스캐스팅이라는 최대 문제와 더불어, <타짜2>는 추석시즌의 가족관람객을 겨냥한 탓인지 친척들이 한 데 모인 저녁 술상마냥 산만한 모습을 다음 문제로 드러낸다. 도박, 액션, 로맨스 거기다 얄팍한 가족애까지 올릴 수 있는 건 상에 다 올려놨다. 결국 남는 건 불쾌한 포만감과 트림 밖에 없긴 하지만, 사실 이런 건 요즘 우리나라 메이저 영화의 일종의 트렌드니까 <타짜2>의 문제라고만 몰아세우기는 조금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아깝다, 나의 영화티켓 값 9,000원. 조금만 시간을 할애해서 생각을 하면 9,000원이라는 돈으로 <타짜2>를 보는 것 보다 훨씬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도 있었을 텐데. 영화에 대한 실망이 최근 들어 조금 잦아진 것 같은 느낌도 없잖아 있긴 하지만 극장을 나오는 느낌이 적잖이 껄쩍지근했다. 하지만 이게 다 내 게으름의 소치니 나를 탓할 수밖에.
그나저나 <군도>도 그렇고 전도유망한 감독들이 요즘 왜 이리 큰 헛발질을 해대는 걸까? 이것 또한 천박한 문화자본의 폐해인가? 어느 정도 능력이 검증된 감독이 차기작을 찍는다고 하면, 그 때부터 자본의 포화와 이놈 저놈의 입김들이 불어 닥쳐서 영화를 예외 없이 산으로 날려버리는 그런 형국이 되는 걸까? 어디까지나 단순한 개인적 의심에 지나지 않는 생각이지만, 만약 실제로도 그렇다고 한다면 앞으로 극장가기가 상당히 꺼려질 것 같다. 요즘 CJ(<타짜2>의 배급은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지만)는 <명량>을 통해 온 국민을 하나되게 만든 지네 문화의 힘을 광고하던데, 제대로 된 문화라면 영화 하나에 천만 명 몰아넣어서 소비자 취향 획일화 하는 걸 자랑할 게 아니라 다양성을 바탕으로 사람들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걸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식의 근시안적 이윤추구 마인드가 아직은 우리 시장과 사회에서 먹힌다고 판단을 하니까 저런 낯뜨거운 광고도 버젓이 내보내는 것이겠지. 자본주의적인 발상으로 접근해도 좋은 분야가 있고 그러지 않는 게 좋은 분야도 분명히 있을 텐데, 너 나 할 거 없이 돈 내놓으라고 달려들기만 하는 영화를 보다 보니 어째 자본은 먹고 사는 것 못지않게 즐기는 것도 이리 팍팍하게 만드나 하는 괜한 생각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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