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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 속물
[군도: 민란의 시대] 기대가 커서 실망도 더럽게 크다 본문
군도: 민란의 시대 / 감독: 윤종빈 / 국내개봉: 2014
자신이 잘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있는 선택을 할 줄 아는 것은 절대 쉬운 것이 아니지만 또 분명히 중요한 능력이다. 그리고 아무리 비범한 능력과 재능을 가진 이라고 해도 항상 그것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슈퍼맨도 클립토나이트 앞에선 전혀 슈퍼하지 않고, 배트맨도 금융위기가 확대된다면 일개 불면증환자일 뿐이다. 자, 그리고 여기까지가 내가 이 영화에 가졌던 기대감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이자, 합리화 혹은 자기최면이다.
나는 여지껏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의 윤종빈 감독이 인물과 인물 사이의 긴장 관계를 잘 다루는 감독이라고 알고 있었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이 현란한 발차기를 구사해서 재미를 느꼈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이번 <군도>에서는 인물들 간의 갈등 같은 건 찾아볼 수가 없다. 유쾌한 액션 활극(물론 포스터에 액션활극이라 써 있기는 하다)도 아니고 느와르적 복수극도 아닌 애매한 모양새 속에서 인물들의 행동은 설득력이 없다못해 가끔씩 멍청해 보일 때도 있다. 도치는 너무도 빠르게 복수심을 잃었고, 조윤은 시종일관 어떤 감정상태인지 알 수가 없으며, 화적단의 인물들은 세상에 한이 쌓인 도적떼인지 그냥 화기애애한 친목산악회인지 헷갈리기만 한다. 인물이 이야기에 필요해서 등장시켰다기보다는, 배우가 섭외가 가능해져서 적당한 인물을 이야기에 등장시킨 듯한 느낌이다.
<군도>에서는 인물들에 대한 묘사도 그렇지만, 그들 간의 싸움도 말그대로 괜하다. 초반에는 각기 다른 무술에 능한 화적단 인물들이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면서 영화의 흥을 한껏 돋우지만, 왠지 일당백일 것 같은 그 초반 등장씬 이후로 관객들이 이 양반들의 호쾌한 전투력을 다시 구경하기는 또 어려워진다. 화적단 인물들이 대충 다재다능한 것은 같은데 더 이상의 다재다능함을 보여주지는 않고, 쓸데없이 다양한 인물들이 나와서 나온김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으니 그 정도의 뭐 정도만 일단 보여주고 들어가는 상황이랄까. 심하게 얘기하면 화적단의 개성넘치는 인물들은 있으나 마나 한 설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아, 확실히, <군도>는 기대 이하이다. 찜찜한 악평 따위 가볍게 무시한 채 닥치고 관람을 강행(?)했던 기대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망도 커져버렸다. 감독은 왜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공을 들이지 않고 엉뚱한 부분에 집중하게 됐을까? 쏟아지는 관심과 기대와 투자 속에서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 이런 방향이라고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감독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자리가 아닌가. 넘쳐나는 재능들이 묘한 상황에 가려진 듯한 이 영화가 느무느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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