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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 속물
떠나오던 날 본문
김해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 홍콩을 경유해서 런던으로 가는 여정이었다. 제법 많은 것들을 뒤로 하고 선택한 여정의 시작이었음에도, 아니, 아마도 그렇기에 복잡하고 복잡한 마음이었다.
내가 살던 동네는 저런 빛을 내던 곳이었다는 사실을 떠나는 길에 새삼 느끼게 되기도 하였다.
여행자의 감상은 별 것 아닌 현실적 고민 앞에 금새 사라지고, 나는 기내식을 어떻게 하겠냐고 승무원이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내 대답은 아마도 닭이었던 것 같다. 김해공항 발 대한항공 여객기의 승무원은 당연히 한국말을 쓰지만 왠지 조금 낯선 상황에 긴장이 됐다.
비행기 화장실이 이렇게 생겼다는 게 그리 대수로운 일이겠냐마는, 주머니 속 카메라를 굳이 꺼내서 찍어보고 싶었다.
두 시간인지 네 시간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그럴 법도 한 게 난 비행기 표의 시간이 현지시간 기준이라 비행시간을 계산하려면 한국과의 시차를 포함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걸 비행기를 타고 나서야 알았다.) 아무튼 일단 홍콩에 도착했다.
홍콩에 도착했던 때가 아마도 밤 12시쯤 이었던 것 같다. 무려 20여 시간(정확한 시간은 또 기억이 나지 않는다.)을 홍콩에서 보내야 했지만 홍콩에 도착한 순간에도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아무런 계획은 없었다. 그야말로 막연히 '앉아서 책이나 보지 뭐' 정도로 생각했다.
완전히 실수였다. 다시 여정을 준비하던 시점으로 돌아간다 해도 여기에 대한 준비는 하지 못했을테니 정확히 말하자면 실수라고 까지 할 수는 없지만, 여하튼 약간의 고생이 시작됨을 느꼈다. 공항은 넓고, 조용했고, 시간은 너무나 많이 남아 있었다.
한 서너 시간 쯤 너르디 너른 홍콩공항을 어슬렁거리다가, 어디 갈 만한 데가 있을까 얼마 남지않은 핸드폰의 밧데리를 소모시켜가며 와이파이 연결해 검색에 검색을 하다가, 그러니까 한 새벽 서너 시가 됐을 때에야 다 필요없고 좀 씻고 자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 그리고 뭐 이런 데가 공항에 있기는 있었다.
비교적 깔끔한 원룸 화장실 같은 여기가 20분인가 30분 이용하는데 한화로 2만원 정도를 받았던, 아주 그냥 장사를 잘 하시던 공항 라운지의 샤워시설이다. 제 정신이라면 절대 쓰지 않았겠지만 9월 말의 홍콩은 9월 말의 한국이나 영국과는 또 사뭇다른 습기와 더위를 간직한 곳이었기 때문에, 공항 안에 있다고 하더라도 참기 어려울 정도의 찝찝함이 누적되고 있었다. 이미 제 정신이 어느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대충 씻은 다음, 시내로 나가서 어디 만만한 숙소를 잡고 좀 자야 겠다 싶었다. 저렴한 숙소가 있다고 인터넷검색에 나온 게스트하우스같은 데를 찾아 길을 나섰다. 공항을 벗어나는 몇 안되는 수단 중 하나인 공항철도는 그리 싸지 않았지만, 너무도 피곤했기에 그냥 탔다.
사진을 다시 보니, 당시의 어이없음이 다시 느껴지는 듯 하다. 경유도시라고 홍콩에 대해서 너무 무지한 상태로 왔나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홍콩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도시였던 것이다.
목적지와 가까운 지하철 역에 내렸음에도 숙소를 찾기 까지 한 시간 쯤 방황해야 했다. 순전히 간판이 너무 작고, 또 너무도 많아서. 그리고 힘들게 찾은 숙소도 오후 2시나 되야 체크인이 가능하다는 야박한 소리를 해서, 어쩔 수 없이 쫓겨 나왔다.
저기가 배트맨이 날아 들었던 그 건물이라는 소개를 어디서 본 듯도 하다. 하지만 난 이미 수면박탈이 장시간 지속된 상태였고, 또 나의 가방 또한 너무도 무거웠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기를 어슬렁 거렸던 건지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또 홍콩에는 언제 와보겠냐는 심리가 발동했던 것 같다. 부질 없고, 부질 없다. 그나저나 저 동네는 요즘 홍콩 시위대의 시위가 계속되는 지역이라는 것 같더라. 국내에선 개코도 관심없지만, 영국에서는 자기네들의 정치적인 입장도 어느 정도는 관여된 탓에 꽤 우호적으로 시민 시위대의 편에서 보도가 나오는 듯 하다.
여튼 다 필요없고, 나는 홍콩의 더위와 습도에 파김치가 돼서 공항으로 돌아왔고, 괜히 환전했던 홍콩달러를 탈탈 털어서 저녀석으로 저녁 배를 채웠다.
너무나 오랜 시간 기다려서 타게 된 런던행 버진애틀랜틱.비행기가 겁내 컸다. 그리고 겁내 컸던 만큼 뭔가 희안한 것들도 붙어 있었다.
겁내 큰 비행기이니 좌석도 그만큼 많았고, 참 다양한 인간들이 자리를 다닥다닥 채우고 있었다. 어딘가 되게 다른 동네로 간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기 시작했다.
(순전히 내가 시간계산을 할 줄 몰라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날아 갔다. 한밤의 하늘을 날아가면 별을 볼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을 했었지만, 별을 찍으려면 조금 더 좋은 사진기가 있었어야 했다. 어찌됐든 아마도 처음인듯한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처음일 많은 경험들이 또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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