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展示 : 외면할 수 없는 것들

[2012] 오사카 시립 해양박물관 (1/2)

blueturtle46 2013. 6. 23. 22:06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으나, 일단 포스팅 시점(2015년 4월) 기준으로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를 찾을 수가 없다. 지방정부에서 운영하는 관광홍보사이트나 SNS는 검색 결과가 많이 걸리는데 묘한 일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2013년 3월에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게 됐다. 충격과 함께 시작하는 박물관 관람기.)

 

 오사카 시립 해양박물관은 보다시피 당연하다시피 바다에 닿아 있다. 지하철 역에서 나오면 바로 시야에 건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걸어서 가기에는 제법 멀었다. 더구나 관람 당시에는 한 여름이었기 때문에, 조금... 조금... 멀었다. 

 

 여하튼 10여 분을 넘게 걸어서 도착을 하면, 바로 돔으로 진입을 하는 게 아니라 반원? 호? 형태의 건물을 통해서 진입을 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내가 작렬하는 땡볕을 온몸으로 받고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하는 순간, 해양박물관의 셔틀로 추정되는 버스 또한 동시에 박물관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렇다. 나는 뭘 위해... 

 

  600엔이라는, 바가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저렴하지도 않은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시립박물관의 공공성을 없애기 위해 '나니와 바다의 시공관'이라는 부제를 밀고 있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여기서 '나니와(なにわ)'는 오사카의 옛이름이라고 한다. 'Nani와 함께 하는' 뭐 그런 뜻이 아니었던 것이다.)

 

 우선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한 여름에다 평일 오후여서 그런 건지 조용하기 그지없는 건물 로비가 반겨준다. 솔직히 반겨준다는 느낌은 없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저 돔으로 가야할 것 같은데 마땅한 통로가 보이지 않아서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게 먼저다.  

 

 여기는 카페 혹은 매점이다. 여전히 적절한 출입구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조금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보면 그제서야 직원분이 뭔가 수상함을 느끼고 안내를 해주신다. 티켓을 사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라고. 티켓이 동전처럼 생긴 거라 찍고 싶었지만, 조금 당황하고 있던 터라 미처 찍지는 못했다. 

 

 여튼 그 동전형 티켓을 개찰구에 넣고 엘리베이터에 탄다. 그리고 그걸 끝으로 그 특별해 보이던 동전형 티켓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 응?

 

 엘리베이터는 지하로 내려가고, 약간의 짜증과 당혹스러움도 따라서 가라앉으면서 다른 공간으로 들어간다. 극적인 연출을 위해서 관람자의 공간 전체를 이동시키거나 열고 닫는 방식은 확실히 극적이긴 하지만 그 효과를 항상 장담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다 설치와 관리운영의 비용을 무시할 수가 없는 방법인데, 일단 여기서는 과감하게 관람자를 내려보냈다. 

 

 관람자는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내려서 통로를 따라서 주욱 걸어나가야 한다. 자칫 단순해질 수도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천장을 올려다보게 유도하는 등의 아이디어로 관람객의 주의와 호기심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그렇게 통로의 끝에 다다르면, 이런 무지막지한 비쥬얼이 나타난다. 이걸 눈 앞에 들이밀려고 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서 또 저 긴 통로를 걸어오라고 했던 것이었다. 압도적인 규모가 주는 일종의 위압감 혹은 감동은, 그거 자체로 강렬한 메시지가 된다. 관람객은 실물크기 범선의 충분히 압도적인 비쥬얼과 함께 해양박물관의 전시관람을 시작한다.

 

 

 전시공간은 기본적으로 돔형의 건축물 중앙에 범선복원모형을 두고 층층이 그 주위를 둘러싸듯이 구성되어 있다.

 

 

 순로(順路)라는 묘한 뉘앙스의 안내를 따라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간다. 4층에서 훑으면서 1층까지 내려오는 방식으로 전시가 진행되리라는 걸 대충 눈치챌 수 있겠다.

 

 

 유리돔을 통해서 햇빛이 거대한 범선모형 위로 비추고, 그 모습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바라보는 것은 그 어느 관람객에게나 분명히 인상적인 경험일 것이다. 

 

4F. 바다가 이어주는 세계문화

 뭔가 지식과 정보를 관람객에게 전달해주는 전시는 4층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밑에서도 느꼈던 뭔가 미묘하게 아쉬운 느낌은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되면서 조금 더 강해지는데, 여기 해양박물관은 사인그래픽 계획을 포함해서 전시계획이 그리 치밀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넓은 공간에 비해서 사인그래픽의 폰트 크기가 작아서 소위 가독성이라는 게 좋은 편은 아니다.

 

 그리고 일종의 기술에 대한 자신감인지 모르겠으나, 자연광, 그니까 디지털로 구현된 영상을 보기에는 상당히 민감한 요소인 햇빛을 바로 등지는 위치에서도 저렇게 영상을 사용하고 있다. 뭐, 충분히 식별이 가능했지만 과연 최적의 선택이었는지는 조금 의문이다. 

 

 아울러서, 다양한 선수상(船首像) 혹은 뱃머리장식이 전시장 곳곳에 위와 같은 방식으로 전시되어 있는 걸 이후에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저 부분은 내가 일어를 읽지 못하는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전시의 재미나 숨겨진 맥락을 이해 못 한 것인지 모르겠다만, 조금 쌩뚱맞았다. 게다가 조형적인 면에서만 봐도 조악한 선수상 모형과 하이테크적인 돔공간은 전혀 어울리지를 못했다. 

 

 해양박물관의 건축은 이런 느낌을 주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여하튼 전시는 돔 안에서 층별로 전시실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전시의 주제는 오사카라는 지역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게 아니라, 상당히 야심차게도 해양에 관한 가능한 모든 것들을 다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양이라는 테마 자체가 진취적인 성향을 띠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야심찬 범위설정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조금 이야기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데에도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음식물 반입에 질색한 운영측이 나중에 붙여 놓은 조악한 안내사인은 덤이다. 담당자가 남자였는지 남자의 색 핑크를 아주 센스있게 붙여주셨다.

 

 전시실 내에서 전시를 다루는 방법은 그리 나쁘지 않다. 일단 기본적으로 내가 일어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러티브니 어쩌니 하는 건 때려치우고, 개별적인 연출을 구상하는 아이디어들은 괜찮았다. 어떻게 방위를 읽는 건지는 개인적으로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저렇게 밤하늘에 대보는 체험을 유도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래픽과 모형을 함께 제시하는 아이디어도 꽤 세련되었다. 둘 중의 하나만 쇼케이스나, 패널로 구성하는 것 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교육적이다.

 

 계피, 육두구, 정향, 후추 등의 향신료 냄새를 직접 맡아볼 수 있는 체험도 구성하였다만, 솔직히 이건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효과가 의심스러웠다. 대항해시대를 소싯적에 나름 열심히 했었다만, 딱히 호기심이 폭발하지도 않았고 떨어진 가루들이 걱정되기만 하는 상황이랄까. 

 

 전시실 밖에는 아까와는 또 다른 선수상들이... 

 

 상당히 커다라니 제법 그럴듯한 선수상들도 보인다. 그런데... 응?

 

 뭐지? Shabab Oman이라는 이름만 나와 있고 다른 정보는 해석이 안 된다. 하단의 사진에도 이 녀석이 선수에 달려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뭐, 묘한 취향의 배들이 있었고 지금도 존재할지 모른다는 정도로 일단 이해하자.

 

 이어서, 해양박물관의 자랑, 요트 시뮬레이터!!!

 리뉴얼 중이시라고... 2010년 2월 부터 운행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일 그렇다면 당시 기준으로 2년 5개월간 이미 운행을 안 하고 있으셨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다시금 오사카 해양박물관의 운영상황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전시실의 사이사이로 보이는 복원 모형을 내려다보면서 다음 전시실로 이동한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겠지만, 사실 저 배가 전시의 전부나 다름없다!!! 그래도 일단 돈 내고 들어왔으니까 꾸준히 다 보자!!!

 

 

 다음은 'World Window - 선장이 되어서...' 라는 연출인데, 친절하게도 안내 팜플렛이 있지만 지네들끼리만 친절하게도 일본어다. 고맙다. 

 

 

 관람객이 취향대로 배를 고른 다음 그걸 타고 장거리 항해를 가상으로 체험해보는 게 아닐까 예상하면서 기다렸다. 나름 공을 들인 연출이었던지라 이용을 희망하는 관람객이, 앞의 관람객이 이용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아니고, 뭘 그리 기다리나 했지만 곧 차례가 와서 들어갔다.

 

 

 뭐 이런 저런 설명이 나오는데... 이게 스펙인 거는 알겠는데... 어떻게 이 연출이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고!!!

 

 

 이거저거 넣으라는 건 또 많다. 배 이름도 정해야 된다. 이렇게 애착을 갖고 참여를 하게 만들 거 같았으면 관광객들을 위해서 한글은 아니더라도 영어 정도는 지원하게 만들었어야지!!!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여전히 이유는 잘 알 수 없지만, 멜버른으로 간다는 거 같다. 이런 식으로 아무 것도 안 가르쳐 주면서 무작정 가라니, 새우잡이에 태우는 거랑 다른 게 뭐냐??!!

 

 

 어째 저째 운영요원의 눈치를―딱히 잘못한 건 없지만―살피면서 앞사람들이 했던대로 하니까 그럭저럭 목표를 완수한 것 같다. 일본에서 호주까지 가는 게 이렇게 껌이었을 줄이야...

 

 

 그래도 나름 항해를 완수했다고 뭐라도 가져가란다. 이런 거 나눠주지 말고 차라리 체험하는 거를 알아듣게 만들어줘. 아아, 정말이지 무슨 얘기인지만이라도 이해가 가능했으면 훨씬 더 재밌었을 것만 같다. 어쨌든 저쨌든 이제 총 4개 층 중에서 1개 층을 봤을 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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