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적 속물

나의 PS4 본문

雜想 : 오늘의 단상

나의 PS4

blueturtle46 2021. 4. 3. 22:05

어느새, 2021년도 1/4이 지나가버렸다. 플5의 예판 추첨도 몇 번이나 나를 지나쳐갔다. 이제는 망설임 없이 내 돈 내고 장만해서 당당히 게임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이번에도 내가 원하는 것은 내 사정을 기다려 주지 않는 듯 하다. 내 의지대로 가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원하게 되는 것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대체 반도체 시장의 공급 부족사태는 왜 이럴 때에 발생하는 것인가.

생각해보니 플4를 갖게 되었을 때에도 상황이 어째 크게 다르진 않았던 것 같다. 새로운 플스를 얻게 되어 벅찬 흥분과 환희로 가득한 새로운 하루하루를 맞이하게 됐었지만, 당시의 나는 고용이 불안정한 30대 중반이라는, 속 편하게 게임이나 하고 있기에는 조금 어딘가 불편한 느낌이 있는 신세였기에 얼추 일년 동안은 새로운 플스를 몇 번 켜보지도 못하고 바라만 봤더랬다. 얼마 후 정말 운 좋게도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되었고, 새로 구한 직장 근처의 월세 투룸에서 '이젠 맘 놓고 게임을 해도 괜찮겠지'하면서 소파에 기대 플스패드를 잡았던 순간의 느낌을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기다리고 미뤄왔던 작은 행복의 느낌이라고 할까. 우습지만 그건 내가 꿈꿔오던 인생에서의 중요한 성취였다. 보잘 것 없을지라도 나한텐 소중한 한줌의 여유와 안정의 증표였다. 그래서, 내가 그리던 게 진짜 이거였냐고 묻는다면 지금은 글쎄라는 대답을 돌려줄 수밖에 없겠지만, 나는 아직도 잠깐씩 내가 누리게 된 즐거움에 묘한 감정을 느낀다. 

시간이란 것이, 산다는 것이 더럽게 징해서 내가 원하는 건 오히려 들어주지 않는 것 같다고도 느끼게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믿었던 것들은 시간이 지나서도 옳았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내 고향에도, 먼 타지에도 봄은 결국 왔고 꽃은 내가 생각한 모습보다도 훨씬 아름답게 피었다. 그저 봄이 언제 오게 될지 내가 몰랐을 뿐. 많은 계절을 지나 이제 나는 주식계좌와 아파트 가격, 인사이동 소식에 목을 매는 아저씨가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플스패드는 잡고 있을 것이고 이 유치한 작은 바람이 간절하던 그 때를 항상 감사하며 떠올릴 것이다.

'雜想 : 오늘의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연한 것은 없다, 언제나  (0) 2024.03.07
뒤늦게 2023년을 생각해본다  (1) 2024.02.07
그냥, 아마도.  (0) 2021.01.08
Kitchen Table Novel  (0) 2018.10.03
낙장불입  (0) 2018.08.05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