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鑑賞 : 작은 즐거움들

[엑스맨: 아포칼립스] 뮤턴트들의 마인크래프트

blueturtle46 2016. 5. 31. 17:43

엑스맨: 아포칼립스 / 감독: 브라이언 싱어 / 국내개봉: 2016

 

흡사 아포칼립스와 매그니토, 피닉스 등의 뮤턴트들이 만드는 크고 아름다운 마인크래프트의 세계를 본 듯한 느낌이다. 물론 마인크래프트는 훌륭한 게임으로 알려져 있고, 게임플레이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만큼 중독성이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엑스맨 시리즈에서 내가 기대했던 건 이런 초능력 집짓기 같은 게  아니었다.

엑스맨 시리즈의 미덕은 ― 요즘 주목받는 다른 팀업 히어로물에도 해당하는 이야기겠지만  뮤턴트들이 가진 각각의 고유한 능력들의 조합으로 갈등과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너무도 멋진 영화였던 <엑스맨: 퍼스트클래스>에서 유감 없이 드러남은 물론이고, 리부트 이전의 엑스맨 1~3에서도 나름 유지해오던 기조였다. 하지만 이번 작 <엑스맨: 아포칼립스>에서는 그 팀워크가 많이 약화되었고 대신 캐릭터들의 개인플레이가 연속되는 식으로 변화된 느낌이다. 그래서 한 명 나와서 덤비다가 쓰러지면, 다음으로 바통 넘겨서 다시 덤비고 쓰러지고, 그러다가 제일 강한 마지막 캐릭터가 왠지 모르겠으나 각성해버려서 상황을 정리하는 식으로 이야기는 끝이 났다.

그리고 강력한 하나의 적을 설정하고 모두가 힘을 합쳐 그에 대응하는 사실상 일 대 다의 구도는 단지 전투연출에만 마이너스로 작용한 것이 아니었는데, 엑스맨 시리즈의 또 다른 매력인 '다름'에 대한 매그니토와 프로페서X의 갈등구도 또한 이번 작에서는 아포칼립스 하나 때려 잡는 데에 모두가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레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이번 작에서의 매그니토는 다소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이다가, 카메오 격으로 출연한 울버린보다도 뜬금없이 사라진다. 매그니토의 슬픔까지는 마이클 패스벤더가 열심히 연기해준 덕분에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가 왜 다음, 그 다음의 선택을 했는지는 아직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저 기억에 남는 것은 그들의 마인크래프트 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엑스맨: 아포칼립스>를 망작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욕은 물론 많이 했지만 최소한 평작 정도는 된다고 본다. 캐릭터들의 세대교체도 나쁘지 않았고, 중반까지는 그럭저럭 흥미롭게 사건과 갈등들이 쌓여가고 긴장감도 고조되었으니 재밌게 봤다고 할 수 있겠다. 후반부가 아쉽기는 했지만 그 부분은 이미 욕을 했고 ― 사실 더 욕할 것들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 그렇다고 아주 형편 없는 정도도 아니었다. 이 실망의 원인은 전부 앞서 언급했던 <엑스맨: 퍼스트클래스>가 너무 수작이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작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부터 매튜 본이 연출을 하지 못하게 되며 뭔가 약간의 망삘이 느껴졌지만, 그 위험신호(?)가 되레 시리즈에 대한 나의 기대치를 더 키워버렸던 것이다. 이 아까운 애증의 시리즈가 과연 진정 산으로 간 것인지 아닌지는 다음 작품에서 판가름이 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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