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적 속물

[바닷마을 다이어리] 집, 내가 머무를 곳 본문

鑑賞 : 작은 즐거움들

[바닷마을 다이어리] 집, 내가 머무를 곳

blueturtle46 2019. 4. 28. 21:33

바닷마을 다이어리 /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 국내개봉: 2015


<걸어도 걸어도>에 이어서 다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다. 가정을 세 번 꾸린 한 아저씨가 병환으로 죽게 되면서, 오갈 곳이 마땅치 않게 된 두 번째 가정의 딸아이를 첫 번째 가정의 세 딸들이 식구로 받아주어 한 집에서 살아나가는 이야기이다. 한 문장으로 설명하니 왠지 기형적인 상황같지만, 나한테는 또 다시 막연한 동경과 아득한 향수를 일깨우는 이상적인―전형적이진 않지만 더 없이 훌륭한―가정의 모습으로 보였다. 감독 특유의 따뜻한 스타일도 있는 데다, 원작이 만화이기 때문에 말랑말랑한 느낌이 더 많이 묻어난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영화를 본지 2, 3주 정도 됐는데, 내가 이걸 보면서 또 울었는지 안 울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다. 다만, 내 집은 어디인가, 내가 머물 곳은 어디인가 하는 물음은 몇 번이나 떠올랐더랬다. 

내가 지내고 있는 이 곳은, 내가 어린시절부터 자라 왔고 나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있는 곳과는 제법 떨어져 있는 곳이다. 내가 이역만리 해외에 체류하고 있거나 어딘가에 수감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아직도 이 동네의 풍경들은 좀처럼 내눈에 자연스럽게 담기지를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조카가 너무 보고 싶어서 본가에 가곤 하는데, 한참을 차를 몰아 도시 어귀에 들어서게 되면 별것 아니지만 지극히 익숙한 도시의 풍경들이 힐끗 눈에 들어오곤 한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 오늘이 무슨 날이고 무슨 계절인지, 매일같이 보던 달력의 숫자가 어떤 의미들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첨으로 전세라는 걸 얻어서 내 이름으로 전입신고도 이곳으로 했고. 새로산 자동차 등록지 주소도 이곳으로 했으며, 다음 달에는 말로만 듣던 아파트 청약이라는 것도 이 동네에서 한 번 해볼까 생각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낯선 이곳의 거리를 보며 나는 아직도 여기를 집이라고 느끼진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건 단순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까닭일까, 아직 가정을 꾸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의 문제일까, 아니면 항상 뭔가를 잃어버리기 전에는 그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나의 아둔함 때문일까. 내가 머무를 곳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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