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旅行 : 낯선 곳의 기억/2011 일본-간사이

Day 2 : 오사카 입성

blueturtle46 2013. 6. 14. 12:26

 잠을 자고 일어나면 이제 슬슬 편도 19시간 여정의 끝이 보인다. 선상에서의 새 하루가 밝았다. 


야간에는 아무것도 찍히지 않는 구시대의 디카로 침묵의 밤을 보낸 후라, 

그저그런 사진들이나마 어떤 의무감 비슷한 것에 사로 잡혀서 몇 장 남기고 말았다. 


 오사카 페리를 이용하게 되면 당연히 두 차례 정도의 끼니(저녁, 아침)를 지나게 되는데, 이 때 약간의 내적 갈등이 발생한다. 배에서 유상으로 제공하는 식사를 이용할 것이냐, 아니면 몇 푼 아껴 보겠다고 선내 편의점에서 대~충 때울 것이냐의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난... 몇 푼 아껴 보겠다고 구질구질하게 견뎌보았다. 하지만, 하지만... 폐쇄된 공간에서 나뉘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나는 과연 편의점 음식으로 배가 불러졌는가 하고 몇 번이나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됐든!!! 가진 자, 그렇지 못한 자 모두들 결국에는 같은 목적지에 다다른 것이다. 약속의 땅 오사카!!!


 그리고 다시 한 번 당연한 얘기지만, 여기서부터 일본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세관사람들도 일본사람이고, 택시 아저씨도 일본사람이고, 버스도 일본 택시다. 그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되는 그런 상황과 일시적으로 맞닥뜨리게 된다는 말이다. 여객터미널에서는 사진에 보이는 위치에서 셔틀 비슷한 버스를 타라고 책에 나와있었던 것 같다. 한 10분 멍때리다 의식을 되찾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숙소는 오사카 신사이바시였던가, 여튼 그 동네 근처의 후지야 호텔(http://www.osakafujiya.jp/korean/). 인간의 상상력이 허락하는 범위내 에서 최대한 붙여놓은 욕조, 세면대, 변기의 앙상블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프런트의 직원 분께서 내국인(... 그니까 우리나라 사람 !!)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하신다. 중소규모의 호텔로 보였는데도 이런 서비스를 갖추고 있는 일본의 관광인프라에 상당히 놀랬으나, 이후에도 세 차례 정도 찾아갔던 오사카의 모습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모든 호텔 서비스가 그런 건 아니었고 그냥 그 분이 좀 알아서 개인적으로 유능하셨던 듯 싶다. 


여튼 쨍쨍한 이국의 여름 날이었고.


이런 설정 짓거리도 왠지 급하게 해보고 싶어졌더란다. 


크게 차이가 나는 건 아니지만 또 왠지 분위기가 다른 일본의 거리, 

직업상 건축에도 무심할 수가 없었던 지라 신선한 자극으로 받아 들여졌다. 


오사카에 가면 당연히 찾아 가서 인사를 드려야 하는 글리코 아저씨. 그리고 도톤보리. 

간판에 대한 오사카사람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동네다.


 오사카 안내 책자와 프로모션을 맺었는지 '오사카를 대표하는 맛'으로 소개되어 있던 오므라이스 가게. 북극성이었나? 그런 이름 이었던 듯한데... 여튼, 약간 짠 듯한 맛이 없잖아 있었지만 나쁘지 않았던 오므라이스. 오사카를 대표한다는데 먹어 봐야지. 


 오므라이스 가게의 신발 보관함인데, 나무로 만든 열쇠가 인상적이었다. 가게가 목조건물이었기 때문에 재밌게 잘 어울렸다. 순전히 프로모션 빨로만 버티는 가게는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신발 보관함을 통해 들었다. 응?


 식당의 신발 보관함에서 시작된 느낌이 시가지를 돌아다니면서 좀 더 분명해졌다. 이건 일본 문화가 가진 나름의 노하우이자 힘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일본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가지고 있는 것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었다. 


 실험적이고 역동적인 디자인들도 많이 가지고 있지만, 기존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었던 것들도 그 가치를 폄하하지 않고 보존할 것은 보존하고 개선할 것은 개선해 나간다는 것이 느껴졌다. 여행자의 시선에서 우선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건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눈에 띄는 부분이어서 그런 건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일본 구경이 계속될 수록 근대 이후의 건축에 있어서는 확실히 일본이 선진국이라는 생각도 함께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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