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旅行 : 낯선 곳의 기억/2011 일본-간사이

Day 1 : 뱃머리를 오사카로 향하라!

blueturtle46 2013. 6. 14. 12:05

 2011년 여름 휴가를 활용하여, 아주 충동적으로 계획한 해외여행. 나는 너무나 지쳤고... 반복되는 일상속에 목표를 찾지 못했으며... 이런 중2병 스러운 마음가짐으로 가득찬 상태였기 때문에 확실히 분위기 전환 같은 게 필요한 때이긴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좀 웃기지만 평생 내가 앉은 이 자리에서, 이 사무실 이 책상에서 평생 떠나지 못하고 정체되는 건 아닐까 하는 다소 편집증적인 생각에도 잠시 발을 담궈놓고 있던 상황이었던 듯하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계획한 해외여행. 나는 분명히 지금의 상황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고 싶었다. 그래봤자 닷새짜리 휴가였지만,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자랑스런 백수가 되버린 지금의 처지를 생각하면 결국 이게 원흉이었다. 

 이리저리 급하게 알아본 결과, 나의 예산과 시간으로 갈 수 있는 데는 몇 군데 없었고 갈 방법도 몇 가지 없었다. 고맙게도 초성수기인 8월 초가 휴가인 주제에, 며칠전에 휴가 스케쥴이 확정된 관계로 필사적인 태도로 여행플랜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찾아 낸 것이 요것. 오사카-부산 페리. 왜 하필 여행지가 오사카 였느냐도 대충 페리 노선에 따라 자연스레 결정된 것이었다. 아, 물론 이 배는 아니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부터 신나서 보이는대로 찍어 재낀 것들 중 하나. 


내가 탄 배는 이것. 크고 아름다운 팬스타 드림호.


부산시민 주제에 쪽팔리게 하역시설보고도 흥분해서 막 찍어 재꼈다. 


선내로 들어와서도 막... 말 그대로 막 찍었군. 선내 로비다. 

나름 피아노도 있고 공연도 한 번 보여줬던 것 같다. 여튼, 선내다. 


 대충 짐을 선실? 객실? 에 부려놓고 바로 갑판에 쫒아 올라왔다. 두 말 할 거 없이 지금은 흥분상태.


부두도 멋지고.


떠나온 나의 도시, 부산 땅도 멋지고.


왠지 관광객들도 멋지다.


그렇게 별 게 별 게 다 멋져 보이고, 하나 하나가 다 그림이다. 

다시 보면 보잘 것 없는 물살도 어딘지 모르게 보석처럼 보이는 것이 바로 여행의 흥분.


흔한 방파제... 치곤 꽤 수심이 깊어보이는 데 까지 뻗어나온 듯 하지만 

여튼 이런 녀석까지도 새롭게 보이는 출항의 풍경이었다. 


그렇게, 일상에선 만나지 못했던 하늘과 바다에 취해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다보면


와아, 오륙도다아~ 오륙도에... 아파트다... 와아~ 하는 순간도 지나가고


  

밤이 온다!!!

밤!!!

 예전에 타이타닉이 흥행몰이를 하던 당시에는 배를 탈 일이 없어서 딱히 직접적으로 비교할 순 없겠지만, 바다 여행에 대한 어떤 낭만 혹은 환상을 갖고 있다면 부산-오사카 페리 여행은 괜찮은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의 풍경과, 바다 내음 가득한 시원한 바람은 일상에서 절대 느끼지 못할 어떤 설레임과 흥분을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의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나 낭만보다 여행의 목적지에 조금 더 촛점을 맞추는 부류라고 한다면 부산-오사카 페리는 절대 타지 말아야 할 것 중에 하나다. 왜냐? 장장 편도 19시간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망할 남미를 가는 것도 아니고, 부산에서 일본으로 가는 게 19시간이나... 여행 계획을 짬에 있어서 어지간한 부지런함과 창의력이 동반되지 않은 다음에야 가는 교통편과 오는 교통편을 다르게 계획하는 경우는 드물텐데, 그렇게 되면 왕복 38시간이다. 38시간!!! ㅆㅂ!!! 휴가의 절반이 걍 배 위에서 사라졌다고!!!

 물론 이런 긴 여정의 무료함을 달래줄 프로그램과 휴게시설들이 비교적 잘 마련되어 있기는 하다. 어찌됐든 그 때의 난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나의 인내심에 대한 고려도 충분치 않았었다. 그렇게 여행의 첫 날은 생각보다는 다소 길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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