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적 속물

Day 2 : 오사카 성 본문

旅行 : 낯선 곳의 기억/2011 일본-간사이

Day 2 : 오사카 성

blueturtle46 2013. 6. 14. 12:36

 오사카 성이다. 일본의 성곽이나 고건축에 특별히 관심이 있던 것도 없던 것도 아니었지만, 여튼 오사카역사박물관이랑 붙어 있다는 나름의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겸사겸사 구경했다. 


라고는 했지만, 이런 겁내 큰 해자에 성벽에 실제로 보게 되니까 적잖이 흥분됐었다. 


무슨 재미인지 잘은 모를,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이쁘기는 이뻤던 트램이 오사카성과 공원 일대를 돌아다니고도 있었다. 살짝 더울 것도 같고, 무엇보다 돈을 받을 거 같은 걱정에 애써 무시했다.


여튼 한국의 전통건축과는 또 다른 색다른 공간감을 경험하면서 성으로 들어갔다.


일단 성벽이 겁내 두껍고 높았다. 기본적으로 전투를 염두에 둔 군사시설이라는 측면이 더 강한 느낌이다. 


그리고 이 험악한 군사시설에는 웬 수상한 건물도 있었는데, 검도... ?? 역시나 군사시설!!!


약간 재미있을 법한 소리가 안에서 들리길래 쫓아 들어가봤는데 애기들이 막 대련을 끝내고 정리를 하던 참이었다. 한여름 더위에 이런 데서 수십명이 들어앉아서 기합 내지르고 죽도 휘두르고 있었으니 당연히도 땀냄새에 열기에 범벅이 된 공기가 가득차 있었다. 그래도 애기들의 풋풋한 에너지를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구경할 수 있어서 묘하게 반가웠다.


 성벽을 통과하면 어마어마한 스케일이 주는 위압감은 또 사라지고, 금새 이런 공원 분위기로 바뀐다. 부채들고 산보하는 어르신들에, 더위고 나발이고 뛰어 다니는 꼬맹이들에.


 그런데... 일본의 더위 속에서 여행하면서 이런 거... 덥다고, 반갑다고, 함부러 접근하면 곤란할 수도 있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기회에.


 암튼 대충 두리번두리번 하면서 가다보면 저기 천수각이 보이기 시작한다.자연환경은 크게 우리나라와 차이가 나지 않을텐데 전투의 양상이 한국과 달라서 그런 건지 어떤 건지, 한국전통건축과는 너무도 다른 위용이 드러나고 또 한 번 그 다름에 호기심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정확하진 않지만 한화 5000원 정도의 입장료를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주유패스 같은 거에 딸린 쿠폰을 쓸 수도 있었지만 무슨 생각에서 였는지 숙소에 놔두고 와버려서, 무지하게 아까워하며 입장료를 제 돈 다 주고 샀던 기억이 되살아 난다. 망할. 


 여튼 일단 들어가면 살짝 당황스럽게도 밖에서 봤던 전국시대의 느낌은 단박에 사라져버리고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단장을 한 내부가 나타난다. 천수각의 내부는 그냥 놀리지 않고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었는데 한편으론 신선하기도 했고, 한편으로 묘하게 기대가 배반당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전시는 디오라마 모형이나 쇼케이스 전시가 위주였고, 한층을 보고 올라가고 또 한층을 보고 올라가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시에 대해서는 말 할 게 그리 많지 않은 게, 인상적이지도 형편없지도 않은 애매한 수준이었다.


 천수각을 관리하는 부서에 예산압박이 있는 게 아닐까하는 괜한 걱정이 들게 하는 창의적인 번역과 땜빵. 올림용 계단이라...


 소위 '매직비젼'이란 오글거리는 이름으로 불리던 연출매체다. 당시에는 과감하게도 '매직'이란 표현을 붙일만큼 혁신적이라고 평가했겠지만, 이런 류의 나름 첨단기법은 또 다른 첨단기법이 나오는 순간 그 '매직'스러움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


 살짝 살짝 색이 바래가는 사인패널들에서도 여기 전시공간이 단장한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다는 걸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다.


 성의가 없는 전시는 아니었기 때문에 이건 완성도에 대한 문제라기 보다는 스타일의 유효성, 혹은 유행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굳이 문제를 꼽으라면 행정과 관리의 문제, 예산의 문제를 꼽는 게 핵심에 가까울 거 같다.


 여하튼 올라오면 안 쪽의 전시보다 훨씬 눈이 즐거워지는 장면이 펼쳐진다. 안 쪽의 전시는 천수각으로 올라오는 동안의 지루함을 달래 주기 위함일 뿐이었던 것이다.


 안전과 관리상의 이유로 철조망이 쳐진 건 약간 아쉽지만, 적당히 시선을 위치시키면 좋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성에서 내려다 보는 오사카의 전경도 나쁘지는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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